[파국 치닫는 진보당 갈등] 비당권파 "갈테면 가라"…당권파, 비례대표·60억 보조금에 '머뭇'
통합진보당이 사실상 분당(分黨) 국면에 접어들었다. 진보당은 14일 중앙위원회를 열고 전자투표를 실시해 비례대표 당선자 및 후보자 전원(14명)을 사퇴시키는 내용의 ‘당 혁신 결의안’과 강기갑 의원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하는 ‘혁신비대위 구성안’을 통과시켰다. 중앙위 의장을 맡았던 심상정 공동대표와 유시민 조준호 공동대표는 이날 비대위에 전권을 넘기고 공식 사퇴했다.

일단 비당권파가 주도권을 잡았다. 비당권파는 당권파가 강력히 반대해 회의 진행이 여의치 않자 전자회의로 진행했다. 당 서버가 불안한 모습을 보이자 공식홈페이지가 아닌 다른 인터넷 사이트를 동원했다. 이를 통해 당권파의 반대로 진통을 겪었던 비당권파 중심의 비대위 구성 등의 안건을 모두 처리했다. 중앙위를 방해한 당권파 소속 장원섭 사무총장도 경질했다. 장 총장은 경질 직후 스스로 사퇴했다.

이날 중앙위에는 재적 위원 912명 중 545명(59.8%)이 참석해 의사 정족수(457명)를 넘겼다. 전자투표는 오전 10시까지 진행됐다. 함께 상정된 안건들은 모두 압도적인 찬성으로 가결됐다. 특히 비례대표 총사퇴를 주된 내용으로 한 당 혁신 결의안은 541명이 찬성했다. 반대는 4명에 불과했다. 혁신 비대위 구성안도 찬성 536명, 반대 9명으로 통과됐다.

수세에 몰린 당권파는 심 전 대표가 폭력 사태 발생 뒤 ‘무기한 정회’를 선포한 게 당헌·당규에 어긋난다며 중앙위의 법적 효력을 문제삼았다. 전자투표에 대해서도 당 공식 홈페이지에서 실시된 게 아니므로 ‘원천 무효’라고 주장했다. 당권파의 한 관계자는 “명백한 날치기 처리”라며 “강 의원을 비롯해 비대위원 누구도 정당성과 권위를 인정받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공동대표단은 “이번 중앙위에서 사용된 온라인 투표 시스템은 중앙위 의장단이 준비하고 주관한 당의 공식적 투표 시스템”이라고 반박했다.

당 운영의 전권이 이제 강 위원장에게 넘어갔지만 사태 수습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 차원에서 비례대표 당선자 및 후보 총사퇴를 결의했지만 현행법상 스스로 물러나지 않으면 별다른 방법이 없다. 특히 이번 결의안에 대해 ‘원천 무효’를 주장하는 당권파 측은 별도의 당선자대회를 열고 원내대표 선출까지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각 시도당도 당권파와 비당권파로 쪼개진 상태다. 서울시당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비대위를 공식 지지했다. 반면 경기 충북 강원 경북 광주시당은 전자투표 의결을 강행한 심 전 대표와 강 위원장에게 맹공을 퍼부었다.

강 위원장은 국회 정론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분당 가능성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분당은) 해서도 안 되고 할 수도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주도권을 상실한 당권파가 당을 떠나면 국고보조금 60억원과 비례대표를 포기해야 한다는 점에서 탈당보다는 당내 투쟁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지붕 두 가족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