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재 칼럼] JP모건, 투자은행과 저축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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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거래'는 고객과 충돌 불가피
투자은행이란 말도 언어 인플레
IB육성 헛구호…官治나 버려라
정규재 논설실장
투자은행이란 말도 언어 인플레
IB육성 헛구호…官治나 버려라
정규재 논설실장
20억달러에 이른다는 JP모건의 CDS(크레디트 디폴트 스와프) 투자손실 사건이 또 터졌다. 월가에서 CDS를 처음 만들어 팔았던 회사가 바로 JP모건이다. 그것도 ‘투자책임실’이라고 부르는 위험관리 전담부서에서 터진 사건이다. 리스크 관리부서가 알고보니 자산운용 부서였다. 고양이가 생선 가게를 관리했다는…. 이것이 포인트다. 자기투자와 고객관리를 구분하자는 것이 ‘볼커 룰’의 골자다. 증권사들이 때로 고객에게 손실을 뒤집어 씌운다는 의심은 오래 전부터 있어왔다. 골드만삭스 사기사건도 그랬다. 고객의 간을 빼먹었다는 의심은 넘치지만 입증이 어렵다. 고객과 반대 계약을 맺어두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이다. 그래서 이 둘을 완전히 분리할 경우 파생상품 시장은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된다.
CDS 위험이 한꺼번에 터질 확률을 ‘전문가’들은 6시그마로 설명한다. 100만분의 1 확률이다. 그런데 너무 자주 터지고 있다. 한국서는 수백개 중소기업들이 키코에 걸려들어 수천억원을 이미 날렸다. 반대 쪽 누군가는 정확하게 그 금액만큼 벌었다. SK증권도 TRS라는 상품을 매입했다가 변명의 여지 없이 손실을 봤다. 소송까지 갔지만 자신의 무지(선의)를 입증하지는 못했다. 무식을 증명한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당시 SK에 TRS를 판 회사는 JP모건이다. 크게 벌었을 것이다. 우리은행이 CDS CDO 등에 투자해 1조원 이상을 날려먹은 일도 돌아보면 엊그제다. 씨티 메릴린치 RBS 3개 투자은행(IB)이 상대방이었다. 우리은행은 소송 여부를 지금까지 검토만 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다. 감색 재킷에 노란 넥타이, 금빛 커프스 버튼의 브로커들에게 한국 금융사들은 봉이다. 그들의 화려한 설명에 토를 달았다가는 곧장 무식하다는 말을 듣기 때문에 제 돈 내고 굽신거리며 고개만 주억거리게 된다. 돈 대주고 뺨맞는 바보들의 행진이다.
프랭크 파트노이 교수는 지금은 샌디에이고대에서 금융과 기업법, 증권을 가르친다. 한때는 모건스탠리와 CSFB에서 파생상품을 팔았다. 그는 출세작인 《FIASCO: 월가의 피바다》에서 고객에게 가능하면 어렵게 말하고 잘못 알아들으면 깔보는 듯한 표정을 지어보이라고 교육받았다고 썼다. 그러나 대형 IB라고는 해도 때로는 자기 꾀에 속는다. 리먼 브러더스도 자기 꾀에 걸려 파산했다. 영국의 베어링스 은행도 한방에 갔다. 유명한 것은 LTCM의 파산이다. 이 회사의 설립자는 존 메리웨더라는 유명한 채권 딜러였다. 채권 시세조종 혐의로 한때 실형을 살았다. 이 회사에 이사진으로 합류한 사람은 로버트 머턴과 마이런 숄스 교수. 1997년 이 두 사람은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 옵션 가격 결정 모델을 발전시켜 오늘날 이토록 거대한 파생상품 시장을 만들어낸 공로였다.
그러나 불과 1년 만인 1998년 가을 이들은 러시아 채권 파생상품에 투자했다가 물경 46억달러를 말아먹었다. 파생상품의 신(神)들이 나무에서 떨어졌다. 미국과 세계 금융시장은 격심한 타격을 받았다. 덕분에 앨런 그린스펀은 거푸 세 차례나 금리를 내렸고 LTCM에 유례없는 구제금융을 주면서 세계적인 금융완화 국면을 만들어냈다. 1998년 이후 한국이 살아났던 것은 이들의 결과적 공헌이다.
선물 옵션 등 한국의 파생상품 시장은 세계 1위다. 그러나 알고보면 파산자와 신용불량자를 양산하는 증권투자의 막장이요 아편굴이다. 한때의 내로라하는 도사들도 모두 털리고 이민을 가거나 법원으로 불려갔다. 기능은 사라지고 역기능만, 작용은 없고 부작용만 극대화된 상황이다. 한국 정부는 지금의 김석동 금융위원장까지 모두가 메가뱅크와 대형 IB육성에 목을 매달아 왔다. 그러나 투자은행은 증권회사의 부풀린 언어에 불과하다.
상호신용금고가 저축은행으로 멋지게 명칭을 바꾼 것과 전혀 다르지 않다. 자기자산과 고객자산을 뒤섞어 고객의 마지막 한푼까지 벗겨먹는 기법을 투자은행이라고 규정해야 할 정도다. 물론 기업금융에 대한 간절한 목마름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문제는 금융공학이 아니라 자본금 규모로 해결해야 한다. 그러니 한국 금융당국은 더 늦기 전에 관치 IB쇼를 그만두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정규재 논설실장 jkj@hankyung.com
CDS 위험이 한꺼번에 터질 확률을 ‘전문가’들은 6시그마로 설명한다. 100만분의 1 확률이다. 그런데 너무 자주 터지고 있다. 한국서는 수백개 중소기업들이 키코에 걸려들어 수천억원을 이미 날렸다. 반대 쪽 누군가는 정확하게 그 금액만큼 벌었다. SK증권도 TRS라는 상품을 매입했다가 변명의 여지 없이 손실을 봤다. 소송까지 갔지만 자신의 무지(선의)를 입증하지는 못했다. 무식을 증명한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당시 SK에 TRS를 판 회사는 JP모건이다. 크게 벌었을 것이다. 우리은행이 CDS CDO 등에 투자해 1조원 이상을 날려먹은 일도 돌아보면 엊그제다. 씨티 메릴린치 RBS 3개 투자은행(IB)이 상대방이었다. 우리은행은 소송 여부를 지금까지 검토만 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다. 감색 재킷에 노란 넥타이, 금빛 커프스 버튼의 브로커들에게 한국 금융사들은 봉이다. 그들의 화려한 설명에 토를 달았다가는 곧장 무식하다는 말을 듣기 때문에 제 돈 내고 굽신거리며 고개만 주억거리게 된다. 돈 대주고 뺨맞는 바보들의 행진이다.
프랭크 파트노이 교수는 지금은 샌디에이고대에서 금융과 기업법, 증권을 가르친다. 한때는 모건스탠리와 CSFB에서 파생상품을 팔았다. 그는 출세작인 《FIASCO: 월가의 피바다》에서 고객에게 가능하면 어렵게 말하고 잘못 알아들으면 깔보는 듯한 표정을 지어보이라고 교육받았다고 썼다. 그러나 대형 IB라고는 해도 때로는 자기 꾀에 속는다. 리먼 브러더스도 자기 꾀에 걸려 파산했다. 영국의 베어링스 은행도 한방에 갔다. 유명한 것은 LTCM의 파산이다. 이 회사의 설립자는 존 메리웨더라는 유명한 채권 딜러였다. 채권 시세조종 혐의로 한때 실형을 살았다. 이 회사에 이사진으로 합류한 사람은 로버트 머턴과 마이런 숄스 교수. 1997년 이 두 사람은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 옵션 가격 결정 모델을 발전시켜 오늘날 이토록 거대한 파생상품 시장을 만들어낸 공로였다.
그러나 불과 1년 만인 1998년 가을 이들은 러시아 채권 파생상품에 투자했다가 물경 46억달러를 말아먹었다. 파생상품의 신(神)들이 나무에서 떨어졌다. 미국과 세계 금융시장은 격심한 타격을 받았다. 덕분에 앨런 그린스펀은 거푸 세 차례나 금리를 내렸고 LTCM에 유례없는 구제금융을 주면서 세계적인 금융완화 국면을 만들어냈다. 1998년 이후 한국이 살아났던 것은 이들의 결과적 공헌이다.
선물 옵션 등 한국의 파생상품 시장은 세계 1위다. 그러나 알고보면 파산자와 신용불량자를 양산하는 증권투자의 막장이요 아편굴이다. 한때의 내로라하는 도사들도 모두 털리고 이민을 가거나 법원으로 불려갔다. 기능은 사라지고 역기능만, 작용은 없고 부작용만 극대화된 상황이다. 한국 정부는 지금의 김석동 금융위원장까지 모두가 메가뱅크와 대형 IB육성에 목을 매달아 왔다. 그러나 투자은행은 증권회사의 부풀린 언어에 불과하다.
상호신용금고가 저축은행으로 멋지게 명칭을 바꾼 것과 전혀 다르지 않다. 자기자산과 고객자산을 뒤섞어 고객의 마지막 한푼까지 벗겨먹는 기법을 투자은행이라고 규정해야 할 정도다. 물론 기업금융에 대한 간절한 목마름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문제는 금융공학이 아니라 자본금 규모로 해결해야 한다. 그러니 한국 금융당국은 더 늦기 전에 관치 IB쇼를 그만두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정규재 논설실장 jk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