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중소 무역업체 이메일을 해킹해 거래업체들로터 수억원의 물품대금을 받아 가로챈 미국인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11일 경기 의정부시 K기업 등 중소 무역업체들의 이메일을 해킹한 뒤 지난 2월부터 한 달간 미국·러시아·라트비아 등지의 거래처 4곳에 물품 구매대금을 청구하는 이메일을 보내 4차례에 걸쳐 총 25만달러(2억8000만원)를 입금받아 가로챈 혐의로 미국인 A씨(48)를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6월 서울 보광동에 유령 회사를 차려놓고 이를 외국인 투자 기업인 것처럼 꾸며 시중은행 5곳에 계좌를 만들었다.

지난 2월 공범들과 함께 K기업 사장의 이메일을 해킹한 A씨는 K기업으로부터 가죽 원단을 수입하는 러시아 I사에 “내부 회계감사가 잡혀 있어 새로운 계좌로 물품대금을 보내달라”는 이메일을 보내 1만5400달러를 자신의 계좌로 송금받았다. A씨는 평소엔 일본에서 생활하다 자신의 계좌로 입금된 돈을 찾을 때만 입국했다고 경찰은 말했다.

경찰은 지난 3월 물품대금을 엉뚱한 곳으로 송금한 사실을 알아챈 I사의 신고로 수사에 착수, 지난 7일 인천공항으로 입국하는 A씨를 검거했다. 경찰은 나이지리아인으로 추정되는 공범도 추적 중이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