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고시원이 우후죽순 난립하면서 불법 구조 변경, 대피시설 미비 등 화재안전에 대한 문제점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지난 9일 오후 3시께 방문한 서울 노량진동의 W고시원의 구조는 ‘미로’처럼 복잡했다. 입구 반대편에 마련된 비상구를 찾으려면 ‘ㄷ’자(字) 형태의 복도를 빙둘러서 가야 했다.

더 큰 문제는 비상구가 커다란 에어컨에 막혀 있어 화재 등 유사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입주자들은 이를 활용할 수 없다는 것. 비상구가 있는 방향을 알려주는 표시인 유도등은 꺼져 있었다. 에어컨과 벽 사이의 작은 틈은 청소 도구가 메웠다. 평소 유심히 지켜보지 않으면 비상구가 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현장 점검에 동행한 소방관은 “건물 사용 승인을 받을 때 비상구가 있는 것처럼 눈속임을 하고, 평상시엔 비상구를 창고 등으로 쓰는 경우가 많다”며 “화재가 발생하면 노래방이나 고시원 같은 다중 이용시설에서 사망자가 많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좁은 건물 부지 안에 최대한 많은 방을 만들기 위해 자투리 공간까지 활용해 미로식 구조가 되곤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오후 9시께 찾은 서울 상도동의 한 고시원에 있는 방화문은 무용지물이었다. 방화문은 평소엔 편리하게 통행하기 위해 열어 둬도 되지만 불이나면 자동으로 닫혀야 한다. 하지만 고시원 측은 문의 손잡이를 끈으로 묶어 문이 닫히지 않도록 단단히 고정시켰다. 다른 방화문은 철제 의자로 막아 놓았다.

바로 옆에 있는 20년 가까이 된 고시원은 벽 전체가 인화성이 높은 샌드위치 패널로 지어졌다. 동행한 소방관은 “2010년에 불에 타지 않는 소재로 벽을 만들도록 관련 법을 개정했지만 이전에 지어진 고시원에선 아직도 불에 잘 타는 나무 소재나 샌드위치 패널이 남아 있어 화재 위험이 높다”고 지적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