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4반 반창회가 있는 날입니다.”

이 반의 회원은 학생이 아니다. 중소기업 대표들이다. 이들은 페이스북에서 교류를 하기도 하고 반을 나눠 오프라인에서 모임을 갖기도 한다. 반은 업종별로 구성돼 있다.

이 모임의 이름은 ‘씨톡(CEO Talk)’. 지난 1월 페이스북에 만들어졌으며 중소기업인들이 고충을 나누고 도움을 주고받는 공간이다. 회원 수는 208명. 그런데 씨톡을 만든 사람은 중소기업인이 아니다. 조우성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43·사진)가 운영자다. 조 변호사는 10일 “중기인들이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서로 도울 수 있도록 씨톡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중기인들을 연결시켜주는 일종의 ‘커넥터(connector)’로 나선 것.

씨톡은 반창회뿐만 아니라 2주일에 한 번씩 전체 모임을 갖는다. 조 변호사는 “중기인들의 가장 큰 고민은 자금 문제보다도 제품이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을 것인가 여부”라며 “이를 해결해 주기 위해 마케팅, 유통 방식 등에 대한 실질적인 조언을 주고받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도 중기인들에게 이어주고 있다. 씨톡엔 변리사, 변호사, 관세사, 회계사, 공학박사 등이 가입돼 있다. 이들은 전체 회원 수의 10%에 달한다. 그는 “중소기업은 많은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며 “법률 지식, 특허 상식 등을 쉽게 익힐 수 있도록 전문가들도 참여시켰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의 도움으로 효과를 보고 있는 회원들도 늘어나고 있다. 자세교정기구 업체 ‘공신패드’가 대표적이다. 이 업체가 처음 선보인 제품엔 단순히 척추를 바로 세우는 기능만 있었다. 하지만 씨톡 공학박사들을 만나면서 새로운 기능이 추가됐다. 조 변호사는 “공학박사들이 심장 박동 수를 조절해 집중력을 향상시키는 방법을 알려줬다”며 “이 기능이 추가되면서 바이오 제품으로 거듭났다”고 설명했다.

그가 중기인 지원에 적극 나선 것은 17년 동안 변호사 생활을 하며 이들이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다는 것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그는 “중소기업이 지나치게 많이 당한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정작 나의 법률 지식과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은 중소기업이란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조 변호사는 앞으로 씨톡의 활동 규모와 범위를 더욱 확대할 방침이다. 우선 두 달에 한 번씩 300여석의 홀을 빌려 콘퍼런스를 개최할 계획이다. 성공 사례도 소개하고 실무지식 강의도 여는 방식이다. 지방에서도 오프라인 모임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한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