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대표적인 여당 내 ‘정책통’이고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는 ‘전략통’으로 통한다. 이 원내대표는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경제교사로 불릴 만큼 정책을 수립하고 상대방 정책의 잘못된 점을 집어내는 데 탁월하다는 평가다. 그는 노무현 정부 때 야당(한나라당) 정책위 의장을 두 번 역임했다.

박 원내대표는 10일 이 원내대표와의 상견례에서 “이 원내대표는 경제전문가”라고 치켜세우며 “특히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우리나라 외채가 정부 발표보다 많다는 것을 지적한 것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학자풍의 이 원내대표와 달리 박 원내대표는 정무적 감각이 뛰어난 ‘싸움닭’이다. 박 원내대표는 이번이 원내대표 재선이다. 2010년 원내대표 때 인사청문회에서 김태호 총리 후보자를 낙마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 원내대표는 “나는 백면서생인데 박 원내대표는 정치9단”이라고 평했다.

이 원내대표는 새누리당의 총선 공약 입법화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당의 공약이 어느 정도 지켜지느냐가 연말 대선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반면 박 원내대표는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불법 사찰, 대통령 측근 비리 등을 부각시키는 데 중점을 둘 것으로 전망된다.

두 사람은 원 구성 배분을 놓고 치열한 신경전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박 원내대표는 이 원내대표에게 “원 구성은 수석부대표가 중심이 돼 공개적으로 논의하자”며 “여당이 양보해야 잘 굴러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이 원내대표에게 “독자적 리더십을 보여달라”고 부탁했다. 원내대표로서 박 위원장의 눈치를 보지 말라는 것이다. 이에 이 원내대표는 “박 위원장은 목포 출신인데 그곳은 홍어가 유명하다”며 “숙성시키는 데는 귀신인데 정치도 숙성시켜달라”고 말했다. 대화와 타협을 주문한 것이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