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보험회사들이 보험계약대출(옛 약관대출) 금리를 줄줄이 낮추고 있다. 연 3%포인트 안팎이던 확정금리형 대출 가산금리를 최저 연 1.5%포인트까지 하향 조정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약탈적 대출금리’에 대한 자율적 인하를 권고한 데 따른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서민가계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보험계약대출 금리를 적정수준으로 낮추도록 했다”고 말했다.

◆KB생명, 가산금리 1.5%포인트로

삼성생명 대한생명 등 대형 생보사들은 이달 들어 확정금리형 보험계약대출의 가산금리를 일제히 인하했다. 삼성생명은 종전 2.7%포인트이던 가산금리를 2.3%포인트로, 대한생명은 2.9%포인트에서 2.65%포인트로 각각 조정했다. 흥국생명은 3.75%에서 2.9%로 0.85%포인트 낮췄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가산금리가 1.5%포인트인 금리변동형 보험의 대출금리엔 변화가 없다”며 “이번 금리 인하는 고정형 보험계약대출을 받은 모든 계약자에 동시 적용된다”고 말했다.

특히 KB생명은 보험계약대출 가산금리를 업계 최저 수준인 1.5%포인트로 결정했다. 확정금리형과 금리변동형 보험상품의 대출 가산금리를 같은 수준으로 책정했다.

교보·동부·AIA생명 등도 다음달 대출 가산금리를 낮추기로 했다. AIA생명 측은 “다음달 25일부터 가산금리를 2.8%포인트에서 2.5%포인트로 인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보험사들은 대출 최고금리도 낮췄다. 삼성생명은 연 10.5%이던 최고금리를 9.9%로 낮췄고, 대한생명은 종전에 없던 금리 상한(연 10.5%)을 뒀다.

◆당국 압박… “여전히 높다” 지적도

생보사들이 보험대출 금리를 낮추는 것은 당국의 압박 때문이다. 금감원은 작년 9월 ‘보험소비자 보호 및 서민부담 경감을 위한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하면서 대출금리 인하를 권고하고 현장 점검에 나섰다. 손해보험사들은 작년 말 대출 가산금리를 1.5%포인트로 일제히 낮췄지만 대출 규모가 크고 장기 상품이 많은 생보사들은 인하 시기를 늦춰왔다.

일각에선 생보사들의 이번 대출 가산금리 인하폭이 작다는 불만도 내놓고 있다. 해약 환급금을 담보로 잡고 있어 떼일 염려가 없다는 점에서다. 비슷한 성격인 예금담보대출의 가산금리는 1.2~1.5%포인트에 불과하다.

보험계약대출 최고금리가 여전히 10%를 넘는 곳이 있다는 점도 문제다. 이에 대해 보험사 관계자는 “일부 저축성보험의 경우 최고 연 9.5%까지 이자를 주고 있어 수년째 역마진이 생기고 있다”며 “이런 상품을 담보로 대출을 내줄 땐 최고금리를 적용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 보험계약대출

보험계약자가 자신이 가입한 보험상품의 해약 환급금을 담보로 보험사에서 수시로 빌릴 수 있는 대출. 대출 규모는 해약 환급금의 70~80% 선이다. 대출수수료가 없다. 보험사는 고객이 가입한 보험상품의 금리에 일정한 가산금리를 더해 이자를 받는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