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몬, 한국, 미래, 한주 등 영업정지를 당한 저축은행들이 가지급금을 지급한 첫 날은 비교적 순조롭게 지나갔다. 돈을 찾겠다는 예금자들의 긴 행렬도 보이지 않았고 이렇다할 사고도 발생하지 않았다. 10일 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오후 2시 현재 4개 저축은행에서 가지급금으로 빠져나간 돈은 지급대상 4조2278억원의 8%인 3415억원이었다. 가지급금을 찾은 고객은 대상자 33만1016명 가운데 2만2270명으로 집계됐다.

가지급금을 찾기위해 10일 서울 대치동 솔로몬저축은행 본점을 찾은 예금자는 수 백명 수준에 그쳤다. 오전 10시까지 발급된 대기 번호표는 100번을 겨우 넘을 정도였다. 일부 고객들이 “이 따위로 부실 경영을 하려고 남의 피 같은 돈을 맡겠다고 했냐”, “내 돈 내가 찾겠다는데 왜 오후에 오라고 하냐”며 항의하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차분히 가지급금을 받아갔다. 가지급금 지급 업무를 대행하는 신한, 우리은행 등 인근 시중은행 지점도 대기자가 30명 미만이었다. 한국과 미래저축은행 등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심지어 일부 저축은행 앞에서는 고객보다 취재를 위한 기자들과 금융회사 영업 인력 등이 더 많은 상황까지 연출됐다. 하나은행 등에서 나온 직원들은 돈을 찾으러 온 예금자들에게 저축은행 영업정지 이후 사정에 설명해 주는 한편, 가지급금으로 자사 상품을 구입하도록 유도하기도 했다. 솔로몬저축은행에서는 관리직원이 카메라 기자들의 취재를 과도하게 막으면서 일부 기자와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솔로몬저축은행은 유리로된 정문을 신문으로 가리는 등 밖에서 영업점 내부가 보이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다.

가지급금 지급 업무를 대행하고 있는 일부 은행에서는 순번 번호표를 나눠주며 업무와 전혀 상관없는 개인정보를 수집해 물의를 빚었다. A은행 한 지점에서는 선릉중앙금융센터에서 번호표를 주면서 이름과 전화번호는 물론 심지어 주민번호까지 기입하도록 요구했다. 이는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빈번해지면서 공공기관과 민간기업 등에서 법령에 명확한 근거나 있거나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주민번호를 수집·이용하는 것을 원칙적 금지한 정부의 뜻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일이다. A은행을 제외한 곳에서는 고객의 개인정보를 요구하지 않고 번호표를 나눠졌다. A은행 관계자는 이에 대해 “실무선에서 착오가 있었던 것 같다”며 “지적이 제기된 직후 개인정보 요구를 중단했다”고 말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