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대만 남기고 다 바꿔라"… 비주력 가지치고 핵심사업 '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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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 리모델링 중 - (3) 선제적 사업 구조조정
대기업은 '세일 중'
삼성·LG·한화·포스코 등 '본류' 벗어난 계열사 정리
'캐시카우'도 판다
웅진·STX·동양·유진 등 '알짜' 매각으로 위기 대비
M&A 시장에 '훈풍'
기업들 매각·인수 동시에 살만한 매물도 크게 늘어
대기업은 '세일 중'
삼성·LG·한화·포스코 등 '본류' 벗어난 계열사 정리
'캐시카우'도 판다
웅진·STX·동양·유진 등 '알짜' 매각으로 위기 대비
M&A 시장에 '훈풍'
기업들 매각·인수 동시에 살만한 매물도 크게 늘어
▷ 마켓인사이트 5월9일 오후 2시30분 보도
대기업들이 ‘사업 리모델링’에 한창이다. 핵심역량에 집중하기 위해 알짜 계열사를 매물로 내놓고 있다. 삼성 LG 포스코 두산 한화 등 10대 그룹 가운데 절반이 ‘사업 리모델링’을 진행 중이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대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매물을 쏟아내는 것은 처음이다. 대기업들은 계열사 매각과 동시에 다른 회사에 대한 인수·합병(M&A)을 추진해 핵심사업을 더욱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한화, 주력 계열사 매각하나
알짜 계열사인 한화호텔&리조트와 공작기계 제조업체인 한화테크엠 매각을 추진 중인 한화가 대표적이다. 한화는 글로벌 컨설팅업체인 맥킨지를 통해 그룹의 미래 청사진을 그리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금융과 태양광(석유화학 포함)에 핵심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의도다.
이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게 자금 마련이다. 한화의 금융 계열사인 대한생명은 한국과 일본을 제외한 ING생명 아·태법인을 인수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여기에 소요되는 자금만 수조원에 달할 것으로 투자은행(IB)업계는 보고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대출 등 외부 자금 조달이 상당히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태양광 관련 투자를 전담하고 있는 한화케미칼의 지난해 부채는 7조557억원으로 2009년(5조1132억원)보다 38% 증가했다. 게다가 2014년까지 1조원 규모의 폴리실리콘 공장 증설을 진행하기로 하는 등 신성장동력 육성에도 ‘올인’하고 있다. 이에 대비해 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여러 계획을 짜놓고 있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더플라자호텔과 국내외 13개 콘도를 갖고 있는 한화호텔&리조트의 매각작업을 일단 시작했지만 순조롭게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당기순손실이 867억원에 달하는 등 경영 상황이 썩 좋지 않다는 게 약점이다.
매각이 성사될 경우 새주인으로선 새단장을 위해 투자비가 많이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한화는 콘도와 골프장을 쪼개 파는 방안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IB업계 관계자는 “한화가 계열사 매각을 공개적으로 진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이런 사정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한화그룹은 9일 “사실 무근”이라며 부인 공시를 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시도했을 때 한화호텔&리조트를 매물로 내놓을 계획이 있긴 했지만 지금은 아니다”고 말했다. 부인 공시를 낸 만큼 한화는 이날부터 3개월간 이와 관련된 행위를 일절 할 수 없게 됐다.
○핵심역량에 집중한다
대기업들의 계열사 구조조정 작업은 크게 보면 두 가지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 핵심 역량에 집중하기 위한 과감한 가지치기 작업이 첫 번째고, 언제 닥칠지 모를 위기에 대비하기 위한 선제적 구조조정이 두 번째다.
핵심역량 집중에 성공한 대표적 사례는 주류 회사에서 중공업그룹으로 변신한 두산그룹이다. 두산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플랜트, 공작기계 등 주력 사업에 힘을 쏟기 위해 다른 비주력 계열사들에 대해선 언제든지 팔 수 있는 ‘컨틴전시 플랜’을 세웠다.
매물로 내놓거나 거론되는 계열사가 두산생물자원 SRS코리아(버거킹 및 KFC 사업) 두산캐피탈 BNG증권, 방산업체인 DST 등 5개에 달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두산그룹 전체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며 “선제적으로 구조조정을 마무리한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신용등급 강등 위기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은 포스코도 비주력 계열사를 정리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철강, 자원, 플랜트로 이어지는 순환 구조와 관계없는 계열사들은 매각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삼성과 LG 역시 규모는 작지만 그룹의 ‘본류’에서 떨어져 있는 계열사들을 정리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
웅진 STX 동양 유진 LIG 등은 앞으로 다가올지 모를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선제적 차원의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정부 주도로 계열사들을 떼고 붙였다 했던 외환위기 때와는 달리 최근 이뤄지는 작업은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 차이다.
웅진이 그룹의 모태격인 웅진코웨이를 내놓은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웅진코웨이는 그룹 7개 주요 계열사 중 매출 36%, EBITDA(법인세 이자 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 60%를 차지하는 핵심 계열사다. 이경화 NICE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웅진코웨이를 매각할 경우 웅진그룹의 매출은 지난해 5조원에서 올해 3조원 초반대로, 그룹 EBITDA는 4000억원에서 1500억원 안팎으로 쪼그라들 것으로 추산된다”며 “이를 감수하고서라도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게 웅진그룹 오너의 의지”라고 지적했다.
동양그룹도 사전 구조조정에 적극적이다. 지난해 초 동양생명 지분 44%를 보고펀드에 8530억원에 매각하면서 급한 불을 껐다. 매각 대금을 그룹 지주사였던 동양메이저에 투입하고 다시 이 회사를 그룹 캐시카우인 동양매직과 합병해 사전 구조조정을 일단락했다.
그럼에도 자금난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이 사그라지지 않자 지난해 말 동양생명 잔여 지분과 레저사업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최근 총 30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에 성공한 데 이어 상반기 중 1000억원의 회사채를 추가 발행키로 하는 등 동양그룹의 자금 사정은 호전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
해양플랜트 건설용 운반선 등을 제조하는 OSV 매각 작업을 진행 중인 STX 역시 알짜 사업을 내놓으면서 예방적 차원의 구조조정 작업에 돌입했다.
대기업 매물이 쏟아지면서 침체돼 있던 M&A 시장에도 훈풍이 불 전망이다. PEF업계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내놓을 매물이 추가로 더 있을 것으로 안다”며 “살 만한 물건이 많아진다는 것은 M&A 시장에 청신호”라고 말했다.
박동휘/좌동욱/안대규 기자 donghuip@hankyung.com
대기업들이 ‘사업 리모델링’에 한창이다. 핵심역량에 집중하기 위해 알짜 계열사를 매물로 내놓고 있다. 삼성 LG 포스코 두산 한화 등 10대 그룹 가운데 절반이 ‘사업 리모델링’을 진행 중이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대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매물을 쏟아내는 것은 처음이다. 대기업들은 계열사 매각과 동시에 다른 회사에 대한 인수·합병(M&A)을 추진해 핵심사업을 더욱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한화, 주력 계열사 매각하나
알짜 계열사인 한화호텔&리조트와 공작기계 제조업체인 한화테크엠 매각을 추진 중인 한화가 대표적이다. 한화는 글로벌 컨설팅업체인 맥킨지를 통해 그룹의 미래 청사진을 그리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금융과 태양광(석유화학 포함)에 핵심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의도다.
이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게 자금 마련이다. 한화의 금융 계열사인 대한생명은 한국과 일본을 제외한 ING생명 아·태법인을 인수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여기에 소요되는 자금만 수조원에 달할 것으로 투자은행(IB)업계는 보고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대출 등 외부 자금 조달이 상당히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태양광 관련 투자를 전담하고 있는 한화케미칼의 지난해 부채는 7조557억원으로 2009년(5조1132억원)보다 38% 증가했다. 게다가 2014년까지 1조원 규모의 폴리실리콘 공장 증설을 진행하기로 하는 등 신성장동력 육성에도 ‘올인’하고 있다. 이에 대비해 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여러 계획을 짜놓고 있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더플라자호텔과 국내외 13개 콘도를 갖고 있는 한화호텔&리조트의 매각작업을 일단 시작했지만 순조롭게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당기순손실이 867억원에 달하는 등 경영 상황이 썩 좋지 않다는 게 약점이다.
매각이 성사될 경우 새주인으로선 새단장을 위해 투자비가 많이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한화는 콘도와 골프장을 쪼개 파는 방안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IB업계 관계자는 “한화가 계열사 매각을 공개적으로 진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이런 사정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한화그룹은 9일 “사실 무근”이라며 부인 공시를 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시도했을 때 한화호텔&리조트를 매물로 내놓을 계획이 있긴 했지만 지금은 아니다”고 말했다. 부인 공시를 낸 만큼 한화는 이날부터 3개월간 이와 관련된 행위를 일절 할 수 없게 됐다.
○핵심역량에 집중한다
대기업들의 계열사 구조조정 작업은 크게 보면 두 가지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 핵심 역량에 집중하기 위한 과감한 가지치기 작업이 첫 번째고, 언제 닥칠지 모를 위기에 대비하기 위한 선제적 구조조정이 두 번째다.
핵심역량 집중에 성공한 대표적 사례는 주류 회사에서 중공업그룹으로 변신한 두산그룹이다. 두산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플랜트, 공작기계 등 주력 사업에 힘을 쏟기 위해 다른 비주력 계열사들에 대해선 언제든지 팔 수 있는 ‘컨틴전시 플랜’을 세웠다.
매물로 내놓거나 거론되는 계열사가 두산생물자원 SRS코리아(버거킹 및 KFC 사업) 두산캐피탈 BNG증권, 방산업체인 DST 등 5개에 달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두산그룹 전체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며 “선제적으로 구조조정을 마무리한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신용등급 강등 위기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은 포스코도 비주력 계열사를 정리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철강, 자원, 플랜트로 이어지는 순환 구조와 관계없는 계열사들은 매각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삼성과 LG 역시 규모는 작지만 그룹의 ‘본류’에서 떨어져 있는 계열사들을 정리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
웅진 STX 동양 유진 LIG 등은 앞으로 다가올지 모를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선제적 차원의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정부 주도로 계열사들을 떼고 붙였다 했던 외환위기 때와는 달리 최근 이뤄지는 작업은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 차이다.
웅진이 그룹의 모태격인 웅진코웨이를 내놓은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웅진코웨이는 그룹 7개 주요 계열사 중 매출 36%, EBITDA(법인세 이자 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 60%를 차지하는 핵심 계열사다. 이경화 NICE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웅진코웨이를 매각할 경우 웅진그룹의 매출은 지난해 5조원에서 올해 3조원 초반대로, 그룹 EBITDA는 4000억원에서 1500억원 안팎으로 쪼그라들 것으로 추산된다”며 “이를 감수하고서라도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게 웅진그룹 오너의 의지”라고 지적했다.
동양그룹도 사전 구조조정에 적극적이다. 지난해 초 동양생명 지분 44%를 보고펀드에 8530억원에 매각하면서 급한 불을 껐다. 매각 대금을 그룹 지주사였던 동양메이저에 투입하고 다시 이 회사를 그룹 캐시카우인 동양매직과 합병해 사전 구조조정을 일단락했다.
그럼에도 자금난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이 사그라지지 않자 지난해 말 동양생명 잔여 지분과 레저사업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최근 총 30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에 성공한 데 이어 상반기 중 1000억원의 회사채를 추가 발행키로 하는 등 동양그룹의 자금 사정은 호전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
해양플랜트 건설용 운반선 등을 제조하는 OSV 매각 작업을 진행 중인 STX 역시 알짜 사업을 내놓으면서 예방적 차원의 구조조정 작업에 돌입했다.
대기업 매물이 쏟아지면서 침체돼 있던 M&A 시장에도 훈풍이 불 전망이다. PEF업계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내놓을 매물이 추가로 더 있을 것으로 안다”며 “살 만한 물건이 많아진다는 것은 M&A 시장에 청신호”라고 말했다.
박동휘/좌동욱/안대규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