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외국인들이 지난 1분기와 사뭇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달 들어 순매도 기조를 이어가며 국내 증시에서 관망세를 유지하는 모습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대외 '정치 리스크'가 부각된 상황에서 향후 적극적인 외국인 매수세가 유입되기 힘들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다만 최근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는 국내 기관에 기대를 걸어봄직하다는 진단이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들은 이달 들어 5거래일 동안 연일 '팔자'를 외쳤다. 지난 2일부터 전날까지 순매도 규모는 1조1268억원에 달한다. 이날도 장 시작부터 오전 10시 56분 현재까지 905억원 어치를 팔고 있다.

반면 기관은 매수에 나서고 있다. 기관은 이달 들어 3579억원 가량 순매수로 대응하고 있다.

임수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이 지난 1분기 예상 외로 국내 주식을 많이 매수한 측면이 있다"며 "최근 외국인이 매도세로 돌아섰다고 보기 보다는 본래 모습으로 돌아왔다고 보면 된다"고 진단했다.

아직 외국인이 공격적인 매도세로 돌아서지 않고 있어 돌발 악재가 부각되지 않는다면 증시가 추세적인 하락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제한적이란 분석이다.

다만 프랑스와 그리스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증시를 압박하고 있는 만큼 향후 외국인의 적극적인 매수세도 기대하기 힘들다고 판단했다.

이호상 한화증권 연구원은 "여전히 보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지만 외국인의 본격적인 현물 매도가 시작된 것은 아니다"라며 "향후 선물에서 환매수가 대량 유입되는 신호가 외국인 시각개선의 전조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으므로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반면 기관들의 미묘한 태도 변화는 다소 긍정적인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송창성 한양증권 연구원은 "올해 들어 처음으로 지난 4월 국내 주식형 펀드 자금이 순유입됐다"며 "이로 인해 투신이 매수에 나설 여력이 상대적으로 생겼다"고 진단했다.

주식형 펀드 상품 자체의 매력도가 과거에 비해 떨어져 국내 유동성의 지속적이고 적극적인 매수를 기대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개인과 외국인 중심의 매매 주체 쏠림 현상이 완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란 분석이다.

송 연구원은 "연기금은 올해 11조3000억원 가량 주식투자 계획을 밝혔지만 아직 적극적으로 매수에 가담하지 않고 있다"며 "연기금은 주식편입 비중을 유지해야 하므로 하반기부터 매수세가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이 경우 외국인 매도세가 주춤하면서 코스피지수가 크게 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다.

그는 "최근 기관은 화학과 철강 등 가격 메리트가 있는 기존 소외주 매수에 나서고 있다"며 "연기금의 경우 편입 비중이 낮은 은행 업종을 매수할 가능성이 높아 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한경닷컴 김효진 기자 ji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