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서 쓰는 '연대계약'은 사회보장·稅 혜택 받는 '준부부'
프랑스인들이 가정을 이루는 가장 보편적인 방식은 물론 결혼이다. 프랑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프랑스 커플의 약 66%는 결혼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하지 않고 동거를 택한 비중은 31%에 이른다. 동거를 의미하는 ‘코아비타시옹’이나 동거자를 뜻하는 ‘콩큐비나주’라는 단어는 일상어로 자리잡았다. 프랑스 신생아의 약 50%는 결혼 가정 외에서 태어나는 것으로 추정된다.
동거는 단순 동거와 시민연대계약(PACS)으로 나뉜다. 단순 동거는 말 그대로 ‘자유롭게 함께 사는 것’을 의미한다. 아이도 낳고 일상적인 가정생활을 한다. 다만 관계에 대한 법적 구속력이 없을 뿐이다.
프랑스에선 수년에서 수십년간 결혼하지 않고 같이 사는 커플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올랑드 당선자도 2007년 대선 당시 사회당 대선 후보였던 세골렌 루아얄과 22년간 결혼하지 않고 같이 살면서 4명의 자녀를 뒀다. 이후 트리에르바일레와 만나 다시 동거에 들어갔다. 올랑드 당선자는 “결혼은 부르주아적 사고방식”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반면 PACS는 법적 규제가 강하다는 점에서 단순 동거와 다르다. PACS는 법원에 동거계약서를 제출하고 3년 이상 지속적 결합을 유지한 사실을 인정받으면 사회보장, 세제 혜택 등은 물론 유산 상속까지 받을 수 있는 ‘준부부’다. 1999년 도입된 PACS 법안은 동성 커플의 법적 지위를 인정하고 있기도 하다.
프랑스에서 동거가 일상적인 이유는 우선 개인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문화적 배경 때문이다. 2007년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이혼했을 때도 프랑스 국민들은 개인 사생활이라며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은 혼인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애인을 숨겨놓고 딸까지 낳은 것으로 유명했다. 부인 다니엘 미테랑은 귀빈 접견 등 영부인 역할은 수행했지만 대통령과 함께 살지는 않았다. 미테랑 전 대통령은 부인의 묵인하에 애인과 딸을 계속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적 독립이라는 목적도 있다. 프랑스 청년층은 동거 상대방과 협력해 부모로부터 독립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각종 생활비는 정확히 5 대 5 공동 부담이다. ‘같이 살아도 지갑은 섞지 않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정식 결혼을 했다가 이혼하면 위자료 부담 등이 크다는 점도 동거 확산에 영향을 미쳤다.
한편 올랑드 당선자가 결국 결혼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동거녀 영부인’은 외국 방문이나 공식 행사에 참석할 때 의전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앞서 사르코지 대통령도 2008년 인도 방문 때 연인이던 카를라 브루니와 함께 가려 했지만 의전 문제로 무산됐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