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저수지에서는 1970년대 이후 토착어종의 개체 수가 급격히 감소했다. 전국 각지에서 “매운탕 끓이면 감칠맛을 내는 토종 민물고기 구경이 어려워졌다”는 말이 나왔다. 토종 대신 외래어종인 블루길, 배스가 저수지마다 늘어났다. 농민들의 단백질 섭취를 지원하겠다며 정부가 도입한 외래어종이 한국 고유어종을 다 먹어치운 것.

토종 민물어종을 되살리기 위한 사업이 본격 시작된다. 환경부 원주지방환경청은 블루길, 배스의 경쟁어족인 쏘가리를 풀어 이들의 개체 수를 줄이는 ‘생태계교란어종 제어 시범사업’을 추진한다고 8일 발표했다. 강원대 환경연구소 어류연구센터가 이들 어족의 개체 수가 서로 반비례 관계에 있다는 걸 확인한 데 따른 것이다. 쏘가리와 블루길·배스는 서로의 치어를 강한 포식력으로 사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주환경청은 2016년까지 1억5000만원을 들여 쏘가리의 성체를 철원군 토교저수지에 방사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외래어종 줄이기 사업은 사람이 직접 나서서 잡는 포획방식이었다. 하지만 이 방식은 효과가 제한적이었다. 저수지와 하천 구석구석까지 손길이 미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웠기 때문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경쟁어족을 활용하면 더 적은 예산으로 구석구석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원주환경청은 이 사업을 위해 파트너도 많이 끌어들였다. 철원군청은 쏘가리 구입비용을 지원하고, 지역 군부대인 육군 제6보병사단은 토교저수지에서 어로행위를 감시한다. 한국농어촌공사 철원지사는 행정지원을, 강원대 어류연구센터는 추진성과 모니터링을 담당한다. 9일 한국농어촌공사 철원지사에서 업무협약을 체결한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