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대선이 모든 여론조사기관의 예측대로 사회당 후보인 프랑수아 올랑드의 당선으로 끝났다. 일부 국내언론에서는 17년 만의 좌파집권이라 표현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10년 만의 좌파집권이다. 1997~2002년 국정을 주도한 조스팽 좌파내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미테랑 대통령 퇴임 이후 17년 만에 다시 좌파대통령이 등장하게 된 것이다. 물론 좌파대통령 선출이 좌파 집권을 곧바로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프랑스 좌파가 완전한 정권교체를 이루기 위해서는 6월에 있을 하원의원선거에서 과반의석을 획득해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코아비타시옹(좌우동거체제)’을 감수해야 하고 올란드가 대선에서 공약했던 많은 정책의 실현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현실적으로 이런 가능성은 매우 낮다. 대선 결과의 후광을 입은 좌파의 승리가 유력시되기 때문이다.

올랑드 자신이 표현했던 것처럼 프랑스 대선은 프랑스만의 선거가 아니라 유럽의 선거이기도 하다.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독일과 함께 유럽통합운동을 주도해온 프랑스의 최고통치자가 앞으로 유럽의 운명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오늘날 유럽연합(EU)이 심각한 재정위기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 극심한 몸살을 앓고 있는 만큼 새 프랑스 대통령의 EU정책에 초미의 관심이 쏠리지 않을 수 없다.

올랑드의 ‘야심찬 유럽(Europe ambitieuse)’안은 ‘더욱 굳건하고 더욱 연대적이고 더욱 사회적인’ 유럽 건설을 위한 여러 내용을 담고 있다. ‘에너지의 유럽’이란 기치 아래 재생에너지 개발을 강화하고 공동농업정책의 개정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중 가장 주목을 받는 것은 최근 27개 EU 회원국 중 25개국이 합의 서명하고 각국의 비준절차를 앞두고 있는 소위 ‘신재정협약’의 재논의 주장이다. 공공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의 3%를 초과하는 국가의 자동적 제재를 골자로 하고 있는, 즉 회원국에 강력한 긴축을 요구하는 신재정협약 비준에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반면 그는 재정적자를 제한하는 원칙에는 동의하지만 그 방법으로 사회적 조화와 노동자의 이동성, 그리고 내수 진작을 추구하면서 성장과 고용, 그리고 산업을 동시에 장려하는 ‘책임-거버넌스-성장 협약’을 제안하고 있다. 간단히 말해 사회적 양극화를 심화시키게 될 긴축보다는 성장동력의 강화를 통한 위기 탈출이라는 해법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올랑드가 주장하는 해법이 EU와 프랑스의 위기탈출에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지 판단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다만 우선은 그것의 적용이 가능한지 여부를 조심스럽게 조망해볼 수 있을 것이다. 올랑드의 공약 실현을 가로막는 장애는 대내외적으로 만만치 않다. 국내에서 1981년 프랑스 제5공화국 최초의 좌파정권이 국유화와 부유세를 추진할 당시 그랬던 것처럼 부유층의 해외이주나 기업의 투자기피 등이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 당시 프랑스 사회당 정부는 결국 1년도 채 안돼 정책적 후퇴나 유보를 취하지 않을 수 없었다. EU 차원에서도 강력한 저항이 감지된다. 유럽의 우파들은 올랑드의 주장이 현실을 외면한 포퓰리즘이라고 비난한다. 특히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신재정협약 재협상 반대에 대한 단호한 태도는 많은 이들로 하여금 그간 EU를 이끌어온 독일·프랑스 공조의 붕괴를 진단하게 만든다. 그러나 이 모든 장애가 올랑드의 제안을 원천봉쇄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의 제안이 단순히 그 자신이나 프랑스 사회당만의 것이 아니라 유럽 내 사회민주주의 세력이 공유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프랑스 대선과 같은 날 치러진 그리스 총선 결과나 향후 독일 총선에 대한 전망 등으로 볼 때 유럽 전반에서 반긴축 세력이 약진하고 있다. 결국 유럽의 신재정협약 재협상은 불가피하다. 과거 유럽통합과정에서 나타난 많은 갈등상황에서도 그랬듯이 독일과 프랑스 간의 재논의를 통해 절대승자도 절대패자도 없는 절충이 이루어질 개연성이 높다. 이 관점에서 볼 때 메르켈 총리의 완강한 태도도 재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자 하는 샅바싸움용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

김응운 < 한국외국어대 교수·비교정치학 eungwoon@hufs.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