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양팔을 벌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당선자를 환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 지갑까지 연 것은 아니다.”(독일 일간 디차이트)

프랑스에서 긴축정책에 반대하는 좌파 사회당 정권이 들어서면서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맹주(盟主) 역할을 자처해 온 독일이 프랑스와 어느 정도 정책타협을 할지를 놓고 득실계산에 들어갔다.

독일 일간 디벨트는 7일 “프랑스 대선과 그리스 총선 이후 메르켈 총리가 유럽대륙 최후의 긴축주의자가 돼버렸다”고 보도했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과 마르크 뤼터 전 네덜란드 총리 등 긴축의 ‘동지’들이 모두 낙마한 가운데 ‘홀로 싸우는’ 처지가 됐다.

유럽 최대 경제대국 독일은 그리스 등 각국에 긴축목표 이행을 주문하는 한편 프랑스에 대해선 협상 가능성을 열어놓는 양면작전으로 시간벌기에 나섰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올랑드 당선자와 전화통화에서 “(긴축기조) 신재정협약의 재협상은 불가하다”면서도 “별도의 성장협약 체 결은 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오는 16일 양국 정상회담을 앞두고 대화의 여지를 열어 놓은 것. 이와 관련, EU 27개국은 이달 23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특별정상회의를 갖고 성장의제를 논의키로 했다. 올랑드 당선자가 참석하는 첫 EU 정상회의에 대해 슈테판 자이베르트 독일 총리실 대변인은 “독일은 성장문제를 다룰 회의가 마련되는 데 언제나 환영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독일과 프랑스 간 협력과 타협이 유럽문제 해결의 핵심이라고 보고 있다. 프랑스 국채 금리 상승세가 심상찮고 신용등급을 추가 강등하려는 신용평가사들의 움직임을 고려해야 하는 만큼 프랑스가 긴축을 무한정 도외시할 수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긴축기조를 유지하되 성장정책을 부분 수용하는 타협을 모색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독일주간 슈피겔은 “프랑수아 미테랑 전 프랑스 대통령도 취임 6개월 만에 정책노선을 현실적으로 수정했다”며 “당선 직후 금융시장이 요동치는 것을 직시한 올랑드도 조만간 현실세계에 맞출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성장을 외치고 있는 올랑드 측은 연일 세를 불리고 있다. 엘리오 디루포 벨기에 총리(사회당)와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보수당)는 “올랑드와 함께 유럽의 이익을 위해 더 많은 성장을 위한 계획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까지 이날 “영국 정부는 과거와 같은 가혹한 긴축으로 돌아가진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