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사진)이 세계 자동차 업계 거물들과 잇따라 만나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7일 “유럽 출장 중인 이 사장이 마틴 빈터콘 폭스바겐 회장과 독일에서 만나 협력방안을 논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사장은 차세대 전자부품과 자동차용 배터리, 자동차용 반도체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 등에 특별히 관심을 둬왔다”며 “자동차 업계에 대한 마케팅을 강화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폭스바겐은 소형차 분야의 최강자로 꼽히며 현대·기아차 등 국내 자동차 회사들과 글로벌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 사장은 지난해부터 자동차 업계 최고경영자(CEO)를 접촉하기 시작했다. 작년 10월 댄 에커슨 GM CEO와 만났고 올 1월에는 일본 도요타의 도요다 아키오 사장과 회동했다. 지난 2월엔 노버트 라이트호퍼 BMW CEO를 만나 전기차 부품 협력 방안을 논의했고 하반기에는 앨런 멀럴리 포드 CEO와의 면담이 예정돼 있다. 이 사장은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과 ‘호형호제’하는 막역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자동차와 IT의 결합은 갈수록 가속화하고 있는 추세다. 전자업계 최고 기술력을 가진 삼성전자와 거대 자동차 회사 간의 협력은 전기차, 스마트카 시대를 앞당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은 삼성SDI를 통해 자동차 배터리, 삼성전자를 통해 자동차용 반도체 등 각종 전장부품을 개발하고 있다. 독일 보쉬와의 합작법인인 SB리모티브를 통해 BMW 크라이슬러 등에 2차전지를 납품하고 있다. 다만 독일 보쉬가 지난해부터 별도의 2차전지 개발에 나서 청산 등이 검토되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이 사장이 자동차에 직접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 사장이 피아트-크라이슬러의 지주회사인 엑소르(Exor)의 사외이사를 맡은 것에 대해 “엑소르 오너 3세와의 개인적인 친분에 따른 것”이라며 “피아트와 크라이슬러의 경우 각각의 이사회가 있으며 이 사장과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엑소르로부터 사외이사 취임을 요청받고 수락했다. 피아트그룹 창업자인 고(故) 지아니 아그넬리 회장의 외손자인 존 엘칸 엑소르 회장과 교분을 가져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