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은 행운…버려진 아이란 상처가 날 키웠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인사이드 Story] 佛 올랑드 시대 한국계 장관 2명 유력
태어난 지 3일 만에 서울 거리에 버려진 여자아이는 6개월 뒤 프랑스로 입양됐다. 정규 교육을 거의 받지 못한 양어머니는 그가 차별받지 않을까 늘 걱정하며 키웠다. 양어머니는 “공부를 열심히 해 성공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이를 악물었다. 양어머니를 기쁘게 해주기 위해서였다. 남들보다 2년 빨리 대학입학자격시험(바칼로레아)에 합격했다. 파리정치대, 국립행정학교 등 명문대학을 거쳐 프랑스 최고 엘리트 교육기관(그랑제콜)인 에섹(ESSEC·경영전공)을 졸업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당선자가 꾸릴 내각의 장관 후보로 거론되는 한국인 입양아 출신 플뢰르 팰르랭(38·한국명 김종숙)의 이야기다. 르 피가로 등 프랑스 언론들은 올랑드 당선자가 구성할 1차 내각명단에 한국 입양아 출신 팰르랭과 장 뱅상 플라세(43·한국명 권오복)가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고 7일 보도했다. 이들이 입각에 성공하면 사상 최초의 한국계 프랑스 장관이 된다.
팰르랭의 입각은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인터넷·정보통신분야를 총괄하는 디지털경제장관 후보 1순위다. 올랑드 당선자가 선거운동 당시 팰르랭을 “우리 캠프의 살림꾼”이라고 치켜세웠을 정도로 당선자의 두터운 신임을 얻고 있다. 올랑드 당선자는 또 각료의 절반을 여성으로 채우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팰르랭의 입각 가능성이 더욱 높은 이유다.
1973년 서울에서 태어난 팰르랭은 생후 6개월 때 프랑스로 입양됐다. 그는 평범한 가정에 입양돼 자신의 노력만으로 엘리트 코스를 밟은 ‘노력형 수재’다. 팰르랭은 “양어머니의 바람을 이뤄주고 싶었다”며 “내가 버려진 아이라는 사실이 나를 늘 힘들게 했지만 입양이라는 행운을 얻었다는 점을 불행 중 다행으로 여기며 살았다”고 말했다.
팰르랭은 2002년 사회당 대선캠프에서 연설문안을 작성하면서 정계에 입문했다. 이번 대선에서는 컴퓨터 등 정보기술(IT)기기에 어두운 올랑드의 디지털 선거운동을 책임졌다. 팰르랭은 현재 프랑스 여성 정치인의 모임인 ‘21세기 클럽’의 회장을 맡을 정도로 정치적 인맥도 탄탄하다.
입각이 유력한 또 한 명의 입양아 출신은 녹색당의 ‘2인자’인 플라세다. 그는 7세 때인 1975년 서울의 한 보육원에서 프랑스의 부유한 가정으로 입양됐다. 양아버지는 변호사였다. 플라세는 1993년 의원 보좌관으로 정계에 입문한 뒤 2001년 녹색당에 입당했다.
그는 작년 9월 아시아계 최초로 상원의원에 당선됐다. 당선된 지 3개월도 채 안 돼 녹색당 원내대표가 됐다. 다음달 총선에서 녹색당이 선전할 경우 경제부처 장관으로 입각할 것이 유력하다. 플라세는 한국과의 인연을 늘 강조한다. 그는 르 피가로와의 최근 인터뷰에서 “나는 한국인이고 입양됐다는 사실이 전혀 부끄럽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올랑드 당선자는 취임일인 오는 15일 이전에 내각 명단을 공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예비 내각은 우선 사회당 출신으로만 구성된다. 녹색당 등 사회당과 정치적 연대관계에 있는 정당 인사들의 입각은 다음달 10일, 17일로 예정된 총선이 끝나면 확정될 전망이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