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문턱까지 갔다 왔다.”

4일 민주통합당 원내대표 경선 투표 결과가 발표되는 순간 박지원 후보 측과 이해찬 전 총리 측은 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변은 없었지만 이날 경선은 박 후보가 1차투표에서 승리할 것이란 예상과 달리 막판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초박빙 승부였다. 1차투표에서 박 후보가 과반에 한참 모자란 49표를 얻는 데 그치자 국회의사당 2층 경선장은 크게 술렁였다. ‘박·이’ 측 참모들은 ‘결선에서 뒤집힐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어떻게 될 것 같으냐”는 의견을 구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였다.

‘이해찬 당 대표,박지원 원내대표 합의’로 담합논란을 촉발한 두 사람에게는 최대의 위기상황이었다. 결선투표에서 7표차로 이겼지만 당내에서는 ‘상처투성이인 승리’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오히려 나머지 60표에 주목하는 이들이 많다. 이들 표가 유인태 후보에 대한 지지성격보다는 ‘이·박 합의’에 대한 당선자들의 반발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특히 전날 ‘이·박 합의’를 공개비판한 초선 21명을 비롯 56명에 달하는 초선의원들의 반발이 예상보다 강했다는 지적이다. 박 신임 원내대표도 이를 의식, 당선 후 기자간담회에서 “오늘 아침 지인이 1차에서 어려울 것이라 했을 때 ‘1차에서 된다’며 웃었다. 이번 결과를 어떤 경우에도 독주 독선하지 말라는 무서운 경고로 받아들이겠다”고 몸을 낮췄다.

박 후보의 당선으로 이 전 총리와 문재인 상임고문 등은 일단 큰 정치적 내상은 피했지만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는 분석이다. 친노(노무현) 핵심 세력이 사실상 ‘오더 투표’에 나섰음에도 1차에 49표에 그친 것은 이들 그룹의 당세가 예상보다 강하지 않음을 드러낸 측면도 있다. 어려운 싸움 끝에 원내대표직을 거머쥔 박 신임 원내대표는 반대표를 던진 의원들의 마음을 수습하면서 6월 원구성 협상과 전당대회까지 준비해야 하는 막중한 과제를 떠안게 됐다. 이날 원내대표 선거 후 당내에서는 악조건 속에서도 박 후보가 승리한 만큼 ‘이-박 연대’가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과 오히려 전당대회에서는 더 큰 역풍이 불 것이란 관측이 교차하고 있다. 박 원내대표 가 앞으로 당내 주요 세력들과의 등거리 관계를 통해 본인의 정치력 확대를 꾀할 가능성이 높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