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은 아버지 피부에 깊게 팬 주름에서 ‘그의 나이듦’을 발견한다. 거칠어진 피부가 보기 싫으니 화장품 좀 챙겨바르라는 어머니의 잔소리에도 아버지는 좀처럼 피부 관리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어찌보면 한국 중년 남성들에겐 자연스런 반응이다.

다가오는 어버이날에는 아들들이 직접 나서 ‘아버지 피부 바꾸기 프로젝트’를 시작해보면 어떨까. 중년 남성은 그 누구보다 제대로 된 피부 관리를 해야 한다. 피부의 적으로 꼽히는 과음, 흡연, 과로, 스트레스 등에 동시다발적으로 노출되곤 하는 탓이다. 남자 피부는 여성에 비해 표피가 두꺼워 주름이 쉽게 생기진 않지만, 일단 한번 주름이 잡히면 여성들보다 훨씬 깊게 파이는 것이 특징이다.

●라운딩·등산 때 자외선 차단을

전문가들은 자외선 차단제를 챙겨바르는 것만으로도 피부노화 속도를 상당히 늦출 수 있다고 강조한다. 남성들은 여성보다 외부 활동이 잦기 때문에 자외선에 더 많이 노출된다. 자외선은 피부를 건조하게 만들고 색소 침착, 노화를 일으키는 주범이다. 적어도 주말 골프나 등산을 즐길 때는 꼭 자외선 차단제를 쓰는 습관이 필요하다.

남성은 여성보다 피부 내 수분 함량이 낮기 때문에 환절기에 허연 각질이 잘 생기는 편이다. 수분감이 풍부한 제품으로 보습막을 형성, 촉촉함을 오래 유지할 수 있도록 관리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또 모공이 넓고 피지 분비량이 많아 세안을 꼼꼼하게 해야 한다. 세안 때는 수분을 빼앗는 비누보다 전용 폼클렌저를 써 꼼꼼히 씻고 여러 번 헹구는 게 중요하다.

각질 관리의 ‘정석’은 정기적으로 스팀 타월과 마스크 팩을 활용하는 것이다. 아버지들이 자발적으로 할 가능성은 거의 없으니 주말에 온가족이 같이하며 ‘물귀신 작전’으로 끌어들일 필요가 있다. 스팀 타월은 수건을 물에 적신 다음 전자레인지에 1분 정도 돌려 얼굴을 감싸주면 된다. 이후 피지를 제거하는 에센스를 사용하거나 마스크 팩으로 마무리한다.


●꽃중년男 겨냥한 전용 화장품은

피부 관리에 ‘선구적으로’ 눈을 뜬 중년 남성들은 남성 전용 그루밍 숍을 찾기도 한다.

서울 홍대 인근에 있는 ‘맨스튜디오’에서는 중년 남성 이용객의 비중이 꾸준히 상승, 최근 15% 선까지 높아졌다. 매장 관계자는 “중년 남성들은 피부 탄력이 떨어졌다는 고민을 주로 털어놓고, 한방을 결합한 안티에이징(노화 방지) 프로그램을 많이 이용한다”며 “고급 화장품을 갖고 있더라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1 대 1 상담을 통해 도움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화장품 매장에서 중년 남성들이 많이 찾는 제품은 고급 한방 브랜드의 남성 라인이다. 주부들이 선호하는 고급 화장품 ‘설화수’와 ‘후’의 남성용 버전이 중년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한방 성분을 넣은 스킨과 로션이 각 4만~6만원대이며, 기능성 제품도 다양하게 나와 있다.

아모레퍼시픽 ‘설화수 정양라인’의 정양크림(10만5000원)은 홍삼의 사포닌 성분을 넣어 주름개선 효과를 강조한 제품이다. 정양선크림(4만5000원)은 고련피추출물과 황금추출물 등을 쓴 자외선 차단제다.

LG생활건강 ‘후 공진향 군’의 보양에센스(7만원)는 주름개선과 미백 효과를 강조한 기능성 제품이다. 산삼동충하초, 송로버섯 등 한방약재 성분을 환(丸) 형태로 농축해 바를 때 툭 터지면서 흡수되는 게 특징이다.

남성전용 화장품 브랜드 랩시리즈는 중년 남성의 피부 재생에 도움을 주는 기능성 제품인 ‘맥스LS 오버나이트 리뉴얼 세럼’과 사은품을 묶은 어버이날 선물세트(9만6000원)를 오는 13일까지 판매한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