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슈퍼리치다…경매시장 집결
재산 1억달러 이상 ‘슈퍼 리치(super-rich)’들이 국제 미술품 경매 시장에 몰리고 있다. 이들은 세계 최대 미술시장인 뉴욕에서 이달 중순까지 최대 규모의 응찰 경쟁을 벌인다. 이 때문에 “세계의 큰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3일 뉴욕 소더비 경매장에서는 노르웨이 화가 에드바르트 뭉크의 ‘절규(Scream)’가 사상 최고가인 1억1992만달러(1354억원)에 낙찰됐다. 2010년 5월 1억640만달러에 팔린 피카소의 ‘누드, 녹색잎과 상반신’이 세운 최고가 기록을 2년 만에 깬 것이다. 4000만달러에서 시작한 이날 경매가는 12분 만에 1억1992만달러로 치솟았다. 낙찰자의 신원은 공개되지 않았다.

뭉크의 친구이자 후원자인 토마스 올센의 아들인 페테르 올센이 소장하고 있다가 추정가 8000만달러에 내놓은 이 작품은 ‘절규’의 네 개 버전 중 유일한 개인 소장품이다.

이날 소더비 경매의 낙찰 총액은 3억3000만달러(3700억원)에 이르렀다. 전날부터 시작한 크리스티의 인상파 및 근대미술 경매에도 이틀간 1억5000만달러(1700억원)가 몰렸다.

국제 경매시장에서 미술품 가격이 이처럼 급등하는 것은 금융위기 이후 새로운 포트폴리오를 찾는 슈퍼 리치들이 대거 몰리기 때문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금융위기 이후 투자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주식·외환시장의 극심한 변동성을 헤지(위험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미술품이 각광받고 있다”며 “최근 미술품 시장이 호황을 누리는 데는 중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 신흥 백만장자들이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씨티그룹이 발표한 ‘2012년 부(富)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재산 1억달러(1130억원) 이상 슈퍼 리치 인구는 6만3000여명. 이 가운데 아시아가 2만1000여명으로 가장 많고 북미 1만7000명, 유럽 1만7000명, 남미 5000명, 중동 2000명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국의 신흥 부자들이 해외 미술품 가격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이들은 중국 화단을 대표하는 치바이스(1864~1957)의 수묵화 ‘송백고립도(松柏高立圖)’를 지난해 베이징 경매에서 4억2550만위안(718억원)에 사들여 중국 현대회화 최고가 기록을 경신했다.

유럽 쪽에서는 명품 제조업체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최고경영자인 베르나르 아르노 부부를 비롯해 프랑스 억만장자 프랑수아 피노, 화장품 업체 에스티 로더 창업자의 아들인 로널드 S 로더, 영국 프리미어리그 첼시 구단주인 러시아 재벌 로만 아브라모비치 등이 왕성한 ‘미술품 식욕’을 보이고 있다.

이학준 서울옥션 대표는 “해외 ‘큰손’ 컬렉터들은 시장 분위기와 관계없이 자신들의 정서와 코드가 맞고 투자 가능성이 높은 미술품에 거금을 쏟아붓고 있다”며 “부자들의 머니 게임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i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