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스마트폰 회사인 리서치인모션(Research In Motion·RIM)이 자사의 신형 스마트폰 운영체제(OS) ‘블랙베리 10’을 다른 회사에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토르스텐 하인스 RIM 최고경영자(CEO·사진)는 2일(현지시간) 미국 올랜도에서 열린 개발자 콘퍼런스 ‘블랙베리월드 2012’ 기자간담회에서 “이번에 새로 나올 스마트폰 OS 블랙베리 10을 라이선스 형식으로 다른 제조회사에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RIM은 애플과 마찬가지로 스마트폰 단말기와 OS를 함께 만드는 폐쇄적 방침을 유지해왔다.

하인스 CEO는 “다양한 성능과 가격대의 블랙베리 10이 탑재된 기기 라인업을 만들기 위해 다른 스마트폰 회사와 협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고성능의 플래그십 기종은 RIM이 만들고 다른 회사를 통해 중저가 보급기종을 만들어 블랙베리 OS 사용자의 숫자를 늘리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하인스 CEO는 최근 2년 동안 반토막난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RIM이 스마트폰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009년 19.7%에서 지난해 4분기 9.8%까지 떨어졌다.

하인스 CEO는 회사 분위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올해 1월 최고경영자로 선임됐다. 그는 “경영 방침을 바꿔야 할 부분이 분명히 있다”며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새로 임명하고 마케팅 팀을 구성해 전략을 세울 것”이라고 전했다.

블랙베리 스마트폰의 상징인 ‘쿼티 키패드’를 완전히 포기하지 않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하인스 CEO는 전날 기조연설에서 하드웨어 키패드가 빠진 ‘블랙베리 10 개발자 모델’을 공개해 RIM이 앞으로 쿼티 키패드를 포기할 수 있는 것으로 비춰져 논란이 일었다. 하인스 CEO는 “이번에 발표한 모델은 블랙베리 10의 포트폴리오 가운데 하나”라며 “우리의 장점인 쿼티 키패드를 완전히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블랙베리 10을 통해 시장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도 드러냈다. 그는 “RIM은 다시 한 번 강력한 경쟁자가 될 것”이라며 “나는 단지 게임에 참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게임에 이기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올랜도=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