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안전공단이 자동차사고 피해 가정을 대상으로 실시한 ‘자동차사고 피해가족 생활수기’가 감동을 주고 있다.

대상은 ‘사고 후 10년’을 주제로 쓴 강정수 씨(54·전남 여수시 화장동)가, 금상은 ‘따뜻한 겨울’을 쓴 김향숙 씨(48·경부 영천시 완산동)와 ‘장애를 딛고 일어서기까지…’를 쓴 강민진 씨(36·대전 법1동)가 각각 수상했다.대상을 받은 강정수 씨는 2000년 5월24일 자동차사고를 당했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가족 모두가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입원 후 통증을 삭이기 위해 진통주사를 맞으며 튜브로 음식을 받아 먹었다. 아내는 병간호에 지쳐 신장 한 쪽이 망가졌다. 교통사고로 인한 후천적인 장애를 이겨낸다는 건 너무 힘들었다. 마음 먹은대로 움직일 수 없는 몸이 원망스러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딸 손을 잡고 동네를 산책할 땐 가슴이 더더욱 아팠다. 장애인 아버지와 손을 잡고 걸어가는 것이 딸에게 미안했다. 아내는 하루종일 일하고 들어와서는 재활치료사로 남편을 부추겨야 했다. 너무 감사하고 미안할 따름이다. 하지만 가족을 위해 슬퍼하기보다는 남은 자리에서 더 열심히 위치를 지키기로 다짐했다.

금상을 수상한 김향숙 씨는 함박눈이 쌓인 겨울 풍경에 젖는 바람에 남편에게 대충 차려준 아침밥상이 늘 가슴 한곳을 아프게 한다. 그날 교통사고로 마지막 밥상이 되고 말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더 이상 “아빠~”라고 부르며 환하게 달려가 안길 수 없다는 것에 가슴이 아파 견딜 수가 없었다. 그해 겨울이 지나고 찾아온 봄, 작은 딸을 업고 사과밭을 거닐 때 작은딸이 “아빠가 나비가 됐나. 왜 자꾸 우리를 따라오지” 했을 때는 억장이 무너졌다. 운동회에는 시부모 시동생이, 소풍 땐 동네 아주머니들이 애들을 챙겨줬다. 학비를 벌겠다고 밤늦게까지 아르바이트를 하는 딸을 보면 남들처럼 풍족하게 못해주는 게 속상해 혼자 눈물을 흘린다.

금상을 받은 강민진 씨에게 아홉살은 기억에서 지우고 싶은 때다. 시골길에서 뺑소니 트럭 사고를 당한 강씨는 중환자실에 입원한 지 100일 만에 깨어났다. 기적이었다. 이렇게 장애가 시작됐다. 좌뇌중추신경을 심하게 다쳐 말이 느리고 손발은 마비되고 기억은 사라졌다. 학교에서는 아이들에게 놀림을 당했다. 스물셋에 남편을 만나 어렵게 결혼하고 애도 낳았다. 하지만 남편의 이혼 요구에 이혼을 했고, 양육비 지원도 안 받고 딸아이를 장애인의 몸으로 키우고 있다. 이제 초등학교 4학년이 된 딸이 “의사가 돼 엄마를 고쳐주겠다”고 말할 땐 가슴이 너무 아파 딸을 꼭 끌어안고 펑펑 울어야 했다.

이계주 기자 lee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