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5월2일 오전 7시44분 보도

롯데쇼핑의 환율변동 관련 위험이 커지고 있다. 외화금융부채가 작년 가파르게 늘어났지만 이 중 대부분에 대해 ‘환 손실 위험 회피(환 헤지)’ 계약을 맺지 않은 탓이다. 원화가치가 10% 변동할 경우 손익변동폭은 900억원대로 2010년 말보다 2배 이상 커졌다.

롯데쇼핑은 2일 작년에 발행한 달러화·엔화 표시 전환사채(원화환산 장부금액 1조72억원)와 달러화 표시 공모사채(4613억원), 2009년부터 사용하고 있는 일본롯데 차입금(4455억원) 관련 환 헤지를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원화로 환산하면 모두 1조9140억원에 이르는 규모다.

롯데쇼핑은 작년 말 현재 개별재무제표 기준 2조8624억원 규모의 외화금융부채를 안고 있다. 원화가 주요 통화 대비 10% 약세를 보일 경우 예상 평가손실 금액은 905억원(전환사채 제외)으로 2010년 말 412억원 대비 두 배 이상으로 커졌다. 작년 순이익 7429억원의 12% 수준이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전환사채의 경우 주식으로 전환돼 상환 의무가 사라질 수 있고 만기도 많이 남아 유리한 시점에 헤지하려 한다”고 말했다. 작년 7월 각각 5억달러와 325억엔 규모로 발행한 해외 전환사채 만기는 2016년 7월, 전환가액은 주당 65만원이다.

작년 4월 발행한 5년만기 4억달러 공모사채와 일본롯데로부터 빌린 엔화자금에 대해서도 “좀 더 유리한 상황에서 헤지하기 위해 상황을 지켜보는 중”이라고 회사 관계자는 말했다. 다른 외화 차입금에 대해선 “모두 통화스와프 거래를 통해 헤지하고 있으며, 위험 회피가 아닌 투기 목적의 외환매매는 엄격히 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최근 원화 강세를 감안하면 롯데쇼핑은 올 들어 일정액의 환 차익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작년 말 달러당 1151원에서 최근 1130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엔화에 대한 원화 환율도 100엔당 1485원에서 1410원 안팎으로 하락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