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사람 소원도 들어준다는데 몇 개월 시간도 줄 수 없다는 말입니까.”

저축은행업계 1위인 솔로몬저축은행 임석 회장(사진)이 금융감독당국의 저축은행 퇴출 명단 발표가 임박하자 애타는 심정으로 말문을 열었다. 임 회장은 2일 밤 서울 강남 압구정동 자택에서 기자와 만나 회사의 퇴출 가능성을 두고 격정을 토로했다. “피를 토하는 심정이 든다. 자살하는 사람들의 심정을 알 것 같다”며 현재로선 어떻게든 회사를 살려보겠다는 게 자신의 유일한 바람이라고 눈물로 호소했다.

퇴출을 우려한 임 회장의 이 같은 발언은 감독당국이 정상적인 영업을 하고 있는 금융사의 자산을 과도하게 부실한 것으로 평가했다고 판단해서다.

그는 “지난해 감독당국이 1700여억원만 마련하면 살 수 있다고 요구해 자산매각 등 자구노력을 성실히 해왔는데 올 들어 다시 2700억원이 더 필요하다고 하면 어떻게 자금을 마련할 수 있겠느냐”며 “이런 식의 검사라면 어떤 회사도 버틸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 회장은 “일반적으로 정상으로 분류돼야 하는 대출이 고정이나 회수의문으로 바뀌어 수백억원의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주장했다. 대손충당금은 정상으로 분류되면 대출금액의 최대 3%만 적립하면 되지만 고정은 30%, 회수의문은 75%까지 쌓아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급격히 커진다.

그는 금융감독당국의 원칙 없는 검사에 대해 못내 서운함을 내비쳤다. 자산을 유동화하라고 해서 유동화했더니 자산 담보권을 실행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회수의문으로 분류하고 평가했다는 것이다.

임 회장은 또 “올해 1월2일 상환이 끝난 대출을 지난해 말 기준으로 했다면 올해 3월 경매가 진행된 담보는 올해 말 기준으로 해야 하는데, 이것은 지난해 말 기준을 적용해 고정이하 등급을 매기는 등의 이중 잣대를 적용했다”며 “검사 인력이 바뀌면 예전 검사를 무시하고 최대한 엄격하게 새로 평가했다”고 말했다.

그는 솔로몬저축은행을 청산기업으로 놓고 검사를 진행한 것에 대해서도 강한 불만을 내비쳤다. 그는 “1000억원짜리 건물을 (공시지가 기준인) 300억원 정도로 계산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유조선이 기름을 싣고 오가면서 멀쩡히 영업을 하고 있는데 고철 덩어리로 값을 매기는 것과 같다”는 비유를 들기도 했다.

임 회장은 “금융당국이 부실기업이었던 부산솔로몬과 호남솔로몬을 강제로 인수하도록 해놓고 회사가 어려워지니 나몰라라 한다”며 억울함을 드러냈다.

그는 끝내 눈물을 보이며 “모든 기득권을 포기할테니 외자유치를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시간(몇 개월)만이라도 갖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회사가 정상화될 수 있다면 지분과 경영권 일체를 예금보험공사에 맡길 의향이 있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임직원과 고객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면 어떤 희생도 감수하겠다는 것이다.

임 회장은 “지금 같은 분위기라면 양해각서(MOU)가 아니라 실제 돈을 싸들고 와도 믿어주지 않을 것 같다”며 “금융당국이 회사의 자구노력을 평가해주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저축은행업계는 5일 경영평가위원회와 임시 금융위가 열려 퇴출 저축은행 명단이 정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