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피다 인수전에 중국 복병?
미국과 중국 합작펀드가 일본 반도체업체 엘피다 인수 후보로 급부상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공격적인 베팅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엘피다는 일본 내 유일한 D램 제조업체로 반도체 시장 불황으로 자금난을 겪다 지난 2월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세계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이어 3위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일 “엘피다 인수전에 참여한 미·중 합작펀드가 엘피다 본사의 경영권과 함께 주력 생산시설인 히로시마 공장을 매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며 “1차 입찰에서 제시한 인수가격이 다른 경쟁 업체들과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을 감안할 때 상대적으로 유리한 고지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미·중 합작펀드는 히로시마 공장을 인수한 뒤 중국 파운드리(수탁생산) 업체인 SMIC에 운영을 위탁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초 실시하는 2차 입찰에는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와 한국 SK하이닉스, 미·중 합작펀드 등 3곳이 경쟁한다. 일본 도시바는 인수가격을 적게 써내는 바람에 1차 입찰에서 탈락했다.

당초 엘피다 인수전은 미국과 한국의 2파전으로 점쳐졌다. 그러나 중국 사모펀드인 호니캐피털이 미국 대형 펀드인 TPG캐피털과 손잡고 뒤늦게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판도가 복잡해졌다.

호니캐피털의 모회사인 레전드홀딩스는 중국 대형 컴퓨터 제조업체인 레노버의 최대주주다. 미·중 합작펀드가 엘피다를 인수할 경우 레노버는 안정적인 D램 공급처를 확보한다.

니혼게이자이는 금융계 소식통을 인용, “미국 TPG캐피털은 2005년 레노버가 미국 IBM의 PC사업부문을 인수할 때 공동으로 출자하는 등 친중국 성향이 강하다”며 “이번 엘피다 인수전의 시나리오를 짠 것도 사실상 중국 정부라고 봐야 한다”고 전했다.

중국의 엘피다 인수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일본 정부도 긴장하는 모습이다.

일본 경제산업성 관계자는 “엘피다가 미·중 합작펀드로 넘어갈 경우 중국으로 기술 유출이 심화돼 일본 내 반도체산업이 빠르게 붕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