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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EO & 매니지먼트] 강성욱 GE코리아 사장, 오기로 버텼다…한번 물면 절대 놓지않는 '핏불 테리어'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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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물탐구

    최초가 되었다…GE코리아 36년 역사상 첫 외부영입 CEO

    경제학 과락이 바꾼 인생
    고시 낙방이 오히려 전화위복…외국계 IT기업 17년 '장수 CEO'로

    위기 극복 DNA
    3개 회사 합병 컴팩코리아, 직원간 파벌 없애려 열광적 단합대회 열어

    강성욱 GE코리아 사장은 이 회사의 36년 역사에서 처음으로 외부에서 영입된 최고경영자(CEO)다. 임원의 90% 이상이 내부 승진자인 GE 전체에서도 해외 지사장과 같은 고위 임원을 스카우트하는 사례는 극히 이례적이다.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 중 대학 졸업과 함께 곧바로 외국계 IT 기업에 들어가 줄곧 그 분야에서만 일해 온 사람 역시 거의 찾아 볼 수 없다. 그는 한국IBM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해 세계 최대 통신장비 업체인 시스코시스템즈의 아태지역 기업·커머셜 부문 총괄 사장에 이르기까지 외국계 IT 기업에만 몸담아 왔다. 올해 51세로 CEO로서는 젊은 나이지만, 이미 17년째 사장 타이틀을 놓지 않고 있는 ‘장수 CEO’ 이기도 하다.

    ○학창시절 ‘엄친아’

    강 사장의 이력에는 이처럼 ‘최초’ ‘유일’과 같은 수식어가 붙는 기록들이 많다. 이런 경력에서 연상할 수 있듯 그의 학창시절은 ‘엄친아’의 한 전형이었다.

    한국산업은행에 근무하던 부친 덕분에 비교적 넉넉한 유년시절을 보낸 그는 서울의 명문 사립학교인 은석초등학교를 다녔고, 전교 어린이 회장도 했다. 남대문중·고려고 6년 동안은 단 한번도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았다. 매번 학기 말 조회대에서 최우수 메달을 받았고, 그로 인해 가장 스트레스를 받은 중학교 동창은 박병무 보고펀드 대표였다. 강 사장에게 밀려 남대문중을 전교 2등으로 졸업하고 대일고로 진학한 박 대표는 훗날 대학 입학 때 서울대 전체 수석으로 강 사장에게 단단히 ‘복수’한다.

    모범생의 내면에 영향을 준 사람은 부친과 수학 선생님이었다. 중학교 시절 등록금이 없어 학교를 그만둘 처지에 놓인 급우 3명을 위해 그의 부친과 수학 선생님이 뜻을 모아 등록금을 대준 일은 지금도 강 사장의 마음에 남아 있다. 그는 수학 선생님의 권유로 학업이 떨어지는 급우들의 공부를 봐줬고, 선생님의 가장 큰 가르침은 ‘겸손’과 ‘다른 세계에 대한 이해’였다. 그 영향인지 강 사장은 지금도 임원 채용 면접에서 꼭 물어보는 말이 있다. “살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 언제였냐.” “지금까지 가장 큰 실패로 여기는 건 무엇이냐.” 이에 대한 진솔한 대답을 들을 때 상대방의 아우라가 보이는 것 같다고 한다.

    ○경제학 과락이 바꾼 인생

    고시 공부가 싫어 법대 대신 경제학과를 택했지만, 부친의 성화에 못 이겨 결국 고시를 본다. 대학 2학년 때 행정고시 재경직 1차에 합격했으나, 이듬해 2차 시험에서는 미끄러지고 만다. 그가 지금까지 유일하게 떨어진 시험이다. 강 사장의 낙방을 도저히 받아들이지 못한 부친이 총무처에 점수를 조회한 결과, 총평점은 차석 수준이었다. 그러나 한 과목이 40점 과락을 넘지 못해 고배를 마시게 된 것을 알게 됐다. 그 과목은 다름아닌 경제학이었다. ‘서울의 봄’ 세대인 80학번으로 대학 1,2학년 시절 제대로 강의를 듣지 못한 탓이었으나, 어쨌든 전공 과목 과락으로 고시에서 낙방한 것이 그의 인생 행로를 바꾼 셈이 됐다.

    대학 졸업 후 첫 직장은 한국IBM이었다. 대학 동기들은 대부분 학계, 관직, 연구소, 금융계 등으로 진출했으니 그의 표현대로 ‘희소성’이 있는 선택이었다.

    그러나 이 시절은 개인적으로는 큰 시련의 시기이기도 했다. 입사 직후인 1985년, 25세 때 산업은행 임원이던 부친이 보일러 폭발 사고로 세상을 떠나면서 졸지에 청년 가장이 된다. 한국IBM을 3년간 다니고 미국 MIT대 슬론 비즈니스 스쿨로 유학 갈 때의 에피소드 한 대목. 강 사장의 영어 이름은 Chris Khang으로, ‘강’의 영문 철자에 특이하게 h가 들어가 있다. 미국 경영대학원 입학시험인 GMAT는 응시자의 과거 성적이 모두 누적돼 나오기 때문에 이름을 바꿔가면서 치르는 것이 관행으로 돼 있다. 강 사장 역시 두 번째 시험에서 승부를 볼 요량으로 ‘Kang’을 아껴두고, 첫 시험은 이름 철자를 바꿔서 봤는데 학창시절 ‘공부가 가장 쉬웠다’는 그는 두 번째 시험을 볼 필요가 없었다.

    ○오기의 DNA

    MBA를 마친 뒤 미국 실리콘밸리의 중견 IT 기업인 탠덤에 입사한다. 홍콩 지사장으로 있던 1997년 말 탠덤은 컴팩에 인수되고, 컴팩은 다시 6개월 뒤 당시 세계 2위의 서버 업체로 몸집이 더 컸던 디지털까지 합병한다. 이때가 강 사장의 직장 생활 중 가장 역동적인 순간 중 하나였다. 그는 1998년 7월 탠덤, 디지털, 컴팩 3사의 한국 합병 지사인 컴팩코리아 사장으로 임명됐다.

    그러나 3개사 중 가장 규모가 작은 회사 출신이 대표가 되다보니 파벌 간 음해가 난무했다. 7월에 사장을 맡은 그에게 그해 4분기 실적 목표를 못 맞추면 물러나라는 황당한 지시가 떨어졌다. 그는 중대한 기로에 서자 내면에 잠자고 있던 ‘오기의 DNA’가 꿈틀거리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1000여명의 전 직원을 보광 피닉스파크에 모아 놓고 대대적인 단합대회를 열었다. 흡사 ‘공산당 전당대회’를 연상케 하는 열광적인 분위기 속에서 ‘우리 탠덤, 우리 디지털, 우리 컴팩’의 장벽을 허물고 ‘하나의 컴팩’으로 다시 태어나자고 역설했다. 물론 매개는 술이었다. 행사 시작 한 시간 만에 콘도에 있던 모든 술이 동났고, 인근 둔내 지역에 있는 모든 술까지 공수해 와야 했다.

    물론 실적을 달성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영업이었다. 그는 영업 사원들에게 한번 물면 절대 놓지 않는 투견 ‘핏불 테리어’의 기질을 강조한다. 자신부터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저녁 거래처와의 약속을 2~3개씩 소화했다. 겨울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 노트북 대량 납품을 성사시키기 위해 영업 사원과 함께 한 대기업의 구매 담당 임원 집 앞에서 새벽 1시까지 처량하게 기다린 적도 있었다. 그 시간에 자신의 집앞에서 강 사장을 발견한 그 임원은 깜짝 놀라 집안으로 데려가 새벽녘까지 같이 술을 마신 뒤 결국 프로젝트를 맡겼다.

    ○하루 담배 2~3갑 피우던 골초가…

    강 사장은 10여년 전만 해도 말보로 레드를 하루에 2~3갑씩 피워대는 ‘왕골초’였다. 그를 금연으로 이끈 것도 위기 때면 어김없이 마음 깊은 곳에서 피어 오르는 ‘오기의 DNA’였다. 그가 담배를 끊기로 결심한 때는 2001년 컴팩 본사 부회장이 실적 점검차 급거 방한하기로 한 전날이었다. 당시 벤처 거품 붕괴로 실적이 급전직하하던 상황에서, 본사 최고위급까지 날아올 정도가 됐으니 지사장의 스트레스는 어땠을까.

    강 사장은 극도의 긴장 상태에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가장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지금, 담배를 끊으면 평생 안 피울 자신이 있다.’ 금연 과정도 가장 독한 방법을 택했다. 차안에, 집안에, 주머니 안에, 책상위에 어디든 있던 담배를 일절 치우지 않고 ‘보면서 끊는’ 것이었다. 그래야 확실히 금연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다. “겉으로 보기엔 위기이지만, 한꺼풀만 벗겨보면 이때가 바로 기회라고 느낄 때가 많습니다. 스트레스는 외부에서 오는 게 아니라 결국은 본인이 만드는 것이죠. 긍정적인 사고 방식과 자신감, 이 두 가지가 삶을 이끄는 가장 큰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2002년 싱가포르의 시스코시스템스 아태지역 본부로 옮겨 기업·커머셜 무문 총괄 사장까지 올랐다. 10년 가까운 시스코 생활에서 그가 가장 크게 터득한 것은 인사·조직 관리의 원칙이다. 인력이 발휘하는 힘은 ‘덧셈이 아닌 곱셈’ 이론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인력 수준의 평균치를 1로 놓았을 때, 그보다 뛰어난 1.5 수준의 사람들이 많을 때는 승수효과를 내지만, 반대로 평균보다 못한 0.8 수준 사람들의 경우는 사람이 많다고 힘이 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많을수록 조직에 더 악영향을 미친다는 게 ‘곱셈 이론’의 요지다.

    올 1월 GE코리아 사장을 맡은 이후에도 그가 가장 주력한 것은 인력 보강이었다. 그는 취임 일성으로 GE코리아의 매출을 5년 내 최대 4배로 끌어올리겠다고 했다. GE코리아 최초의 영입 CEO인 그가 어떤 바람을 몰고 올지 주목된다.

    윤성민/윤정현 기자 smy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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