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제품 전자상거래 시장이 개장 한 달을 지나며 조금씩 거래가 늘고 있다. 하지만 메이저 정유사가 참여하지 않아 거래가 언제 활성화될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석유제품 전자상거래 시장이 개설된 지난 3월30일부터 4월30일까지 한 달간 거래 실적은 경유 194만ℓ, 휘발유 52만ℓ로 집계됐다. 4월 첫째주 하루평균 8131만원에 그쳤던 거래대금은 지난주(4월 넷째주) 4억2581만원으로 늘었다. 지난달 27일에는 경유 거래가 부쩍 늘어난 데 힘입어 하루 거래대금이 10억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정유사가 석유제품을 여전히 공급하지 않고 있지만 수입사와 대리점 위주로 공급 호가가 늘어나 거래대금이 증가했다고 거래소는 설명했다. 지난달 24일부터 거래 실적에 따라 거래보증금(호가당 150만원)을 면제하는 제도가 시행되면서 ‘단골’ 위주로 참여가 늘어났다고 거래소는 덧붙였다.

전자상거래에서 형성된 가격도 주유소가 정유사로부터 공급받는 가격보다 약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석유공사가 집계한 4월 첫째주 정유사 공급가격(휘발유 기준)은 ℓ당 1997.45원이었다. 같은 기간 전자상거래 거래가격은 평균 1946.67원으로 50.78원(2.5%) 쌌다. 같은 방식으로 계산한 가격 인하 효과는 경유의 경우 10~53원, 휘발유는 3~50원으로 나타났다.

물론 거래대금이 많지 않아 가격이 인하됐다고 단정하기는 힘들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하지만 전자상거래 가격이 정유사에서 직접 공급받는 가격보다 싸다는 인식이 확산될 경우 거래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전자상거래 시장이 활성화돼 ‘석유제품 가격 인하’라는 취지를 살리려면 정유사들의 참여가 필수적이라고 지적한다. 이들이 참여하지 않으면 공급 물량이 부족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우선 수입사를 중심으로 시장을 조기 활성화할 방침이다. 지난달 19일 석유유통구조개선안을 통해 수입사의 전자상거래용 제품에 할당관세를 적용하고 석유수입부과금을 환급하기로 한 것도 그 연장선상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전자상거래 가격이 합리적이라는 인식이 자리잡으면 주유소의 관심이 늘고 정유사도 참여 여부를 저울질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