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소장 김모씨는 최근 5억7000만원짜리 주택 매매계약을 성사시켰다. 그는 이 건으로 매수자와 매도자에게서 각각 중개 수수료 228만원(거래금액의 0.4%)을 받았다. 김씨는 여기에다 ‘보너스’까지 챙겼다. 대출 소개 수수료다. 그는 매수자인 이모씨가 3억원가량의 주택담보대출을 필요로 하는 것을 듣고 “잘 아는 대출상담사들이 있으니 한 번 상의해 보라”며 은행 상담사 3명의 전화번호를 넘겨줬다.

이씨가 이 중 한 곳에서 대출을 받자 해당 은행은 김씨의 통장으로 대출금의 0.25%인 75만원을 바로 입금했다. 김씨는 “주택 거래가 뜸해졌기 때문에 종전보다 대출 수수료에 신경이 쓰인다”며 “아무래도 수수료를 조금이라도 더 주는 은행을 소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 고객을 소개받을 때 중개업소에 지급하는 소개 수수료를 인상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1일 금융계와 중개업소 등에 따르면 신한은행 일부 지점들은 최근 중개업소에 지급하는 주택담보대출 소개 수수료를 대출금 총액의 0.2%에서 0.25%로 인상했다. 그간 0.25% 수수료율을 제시했던 곳은 SC은행·씨티은행 등 외국계 정도였는데 신한은행도 가세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이에 대해 “본점 차원의 수수료율은 종전대로 0.2%로 유지하고 있으며 일부 지점이 대출실적을 위해 수수료율을 올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이 소개 수수료율 인상 움직임을 보이자 다른 은행들도 ‘울며 겨자먹기’로 따라가야겠다는 분위기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수수료율을 0.2%로 유지했는데 신한은행이 올리면 따라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인상을 검토해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은행들이 올 들어 갑자기 소개 수수료율을 높이려는 것은 경쟁 때문이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신규 주택담보대출 건수는 줄어들고, 농협은행과 보험사들까지 공격적으로 영업에 나서자 ‘인센티브(수수료)’를 더 제시해 고객을 유치하려는 것이다. 보험사들의 대출 소개 수수료율은 평균 0.25%로 은행보다 0.05%포인트 높다.

높아진 수수료는 대출 고객의 금리로 전가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상담사는 “수수료는 고스란히 고객의 금리에 얹게 되는데, 대출금의 0.2%를 지급한다면 3년 거치 후 상환하려는 고객은 중개업소 수수료 때문에 연간 0.07%포인트 정도 추가 금리를 내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수수료가 0.25%로 올라가면 고객이 추가로 내야 하는 금리도 0.08%포인트 수준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중개업소 소개를 받느냐 여부가 고객의 대출금리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은행 관계자는 “공식 대출금리에 포함되지 않더라도 지점장이 깎아줄 수 있는 금리 폭이 줄어들고 전체 대출원가 상승 요인이 되는 점은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애초에 중개업자들에게 지급하는 소개 수수료가 너무 비싸다는 지적도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대출 실무를 도와주는 대출상담사에게 지급되는 수수료가 대출금의 0.3~0.4% 수준인데, 단순히 전화번호만 알려주고 상담 기능이 없는 중개업소에 0.2~0.25%를 주는 것은 사실 지나친 감이 있다”고 말했다.

은행들이 중개업소에 연간 지급하는 대출 소개 수수료는 은행별로 30억~80억원 수준으로, 연간 약 1000억원 정도 된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