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의 1차 협력사인 동진쎄미켐. 2009년부터 유가가 급등하자 에너지 절약을 추진했지만 전문 인력이나 시스템이 없어 뾰족한 수가 없었다. 삼성SDI는 2009년 12월 이 회사에 ‘온실가스 관리시스템’ 구축을 지원했다. 이후 지난해까지 2년간 아낀 비용이 1억6400만원에 달한다. 동진쎄미캠은 삼성SDI로부터 전수받은 에너지 절감 기술을 자사의 협력사(삼성SDI 2차 협력사)에 지원하고 있다.

이른바 ‘저탄소 그린파트너십’이다. 삼성SDI는 2009년부터 41개 협력사를 대상으로 △온실가스 및 에너지 감축 지원 △중소기업형 온실가스 관리시스템 구축 등을 돕고 있다.

삼성이 동반성장에 앞장서고 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지난해 신년사에서 “중소기업과의 상생은 단순히 대기업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한국 경제의 근간이다. 중소기업을 돕는 것이 대기업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한 뒤 ‘협력사 동반성장’은 경영의 중심 축으로 자리잡았다.

지난 3월 삼성그룹 11개 계열사는 1차 협력사 3270곳과 ‘동반성장 협약’을 맺었다. 지난해 삼성전자 삼성전기 삼성SDI 등 9개 계열사에 이어 제일모직 삼성엔지니어링이 추가로 참여했다. 삼성은 협약을 통해 올해 협력사에 연구·개발(R&D)비용 등으로 7707억원을 지원한다. 협력사에 월 2회 지급하던 현금성 대금지급을 3회로 늘리는 등 결제 조건을 바꿨다. 또 △계열사별 전담부서 운영 △협력사 접점부서 임원 인사고과에 동반성장 실적 반영 △원자재 가격변동에 따른 납품단가 조정안 등도 실천하고 있다.

협력사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핵심부품 공동 R&D △삼성 소유 기술특허 무료 사용 △협력사 개발 기술에 대한 특허 출원 지원 등도 실시한다. 인사·재무교육과 최고경영자(CEO) 세미나, 기술직무교육 등 협력사 임직원에 대한 교육프로그램도 크게 확대했다.

삼성과 동반성장 협약을 맺은 1차 협력사도 다시 2차 협력사 1269개와 협약을 체결했다.

삼성은 1차 협력사와, 1차 협력사는 2차 협력사와 협약을 맺으며 동반성장이 삼성의 모든 협력사로 확대되는 기반을 마련했다. 1차 협력사들은 △60일 이상 어음 퇴출, 현금 결제 및 대금지급 횟수 확대 △표준하도급계약서 채용, 서면계약 정착 및 합리적 단가 산정 △원자재가 인상에 따른 단가조정 정보를 2차 협력사까지 전달 △기술지원, 품질혁신, 임직원 교육 실시 △향응, 금품수수 등 불건전 행위 근절 등 5대 실천사항을 결의하고 실천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중소기업들이 성장하도록 돕는 데 역점을 둔다. 기술을 가진 중소기업이라면 누구나 협력사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혁신기술기업협의회’를 운영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기술개발을 위해 동반성장 투자재원으로 대·중소기업협력 재단에 1000억원을 출연했다.

협력업체의 해외진출이 늘어남에 따라 2008년부터 중국 톈진에 ‘상생혁신학교’를 운영하고 있으며 2009년엔 쑤저우 등으로 확대했다. 협력사 지원 1조펀드를 만들어 자금을 대출해주는 제도를 2010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최근엔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원가 절감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신기술 개발 공모제’를 통해 협력업체가 아니어도 기술개발 자금을 지원해준다. 유망 기업을 발굴하고 최신 기술을 공동 개발한 뒤 그 성과를 공유하기 위해서다. 에스엔에스텍, 큐에스아이, 뉴파워프라즈마, 자화전자 등이 선정돼 기술 개발에 들어갔다.

삼성SDI는 공정한 하도급 거래질서를 구축하기 위해 계약체결, 협력사 선정 및 등록 등에 가이드라인을 도입하고 불합리하거나 미비한 내부규정을 바꿨다. 분기에 1회 협력사 방문 및 온라인(구매포털) 접수를 통해 구매·조달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있다. 공동 기술개발과 연구, 법률 자문 지원 등은 2차 협력회사까지 확대하고 있다.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는 협력사의 기술 향상을 위해 공동협력 과제인 ‘크레파스’를 통해 협력사에 최대 10억원을 무상 지원하고 있다.

삼성전기는 동반성장을 위해 협력사와 함께 제품 개발에 나서고 있다. ‘동반성장 전시회’에 국산화나 개발이 필요한 품목을 전시하고 개발 참여 의사를 밝힌 협력사에 기술·인력·노하우를 전수해 돕는 방식이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