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흉포화, 조직화하는 중국어선의 불법조업에 대해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 달라진 것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말 이평호 인천해경 경사의 사망사건 이후 정부는 종합대책을 내놨다. 2008년 9월 목포해경 소속인 고(故) 박경조 경위가 중국 선원이 휘두른 둔기에 맞아 바다로 추락해 사망한 데 이어 사망사건이 또 발생한 데 따른 것이다.

18대 국회도 중국어선 단속과 처벌을 강화하기 위한 배타적경제수역법(EEZ)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국회서 잠자다 법안이 조만간 폐기될 처지다. 정부는 불법조업 단속 역량 강화 차원에서 단속 함정 확대, 진압장비와 인력 확충 등을 약속했다.

그러나 함정은 건조시간이 적지 않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인력과 장비확충 등은 말뿐 달라진 게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이번에 단속 공무원 부상 사건이 발생한 서해어업관리단의 경우 17명의 인력 증원을 계획됐으나 오리무중이다. 흉기를 피할 수 있는 방검복 확충도 요원하다. 단속 선박 1척 당 4벌이 전부다. 방검복이 없는 사람은 구명조끼를 입고 도끼와 낫을 든 중국선원과 맞서야 하는 상황이다.

이날 사고가 난 어업지도선 무궁화2호도 최소 20명의 승선원이 필요하지만 18명에 불과했다.

제주 마라도에서 인천 백령도까지 서해 2000km 해역을 지키는 15척의 지도선에 전체 승선 인원은 210명. 배 한척당 평균 14명이다. 한번 출동해 8일씩 바다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단속에 나서고 있다.

15척이 2개조로 나뉘어 출동을 한 만큼 서해바다를 7~8척이 지키는 셈이다. 여기에 선장과 기관사, 항해사, 무전사 등 배를 지켜야 하는 최소 승선원 6명을 빼면 직접 단속에 뛰어들 수 있는 요원은 7~8명에 불과하다.

이들이 최소 20~30명의 흉기로 중무장한 중국 선원을 제압해야 한다는 것은 어쩌면 무모함에 가깝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처럼 상대적으로 선원이 적은 어획물 운반선도 9~10명이 승선해 있는 점을 고려하면 단속 요원 5명은 역부족이다.

올 들어 단속 과정에서 다친 서해관리단 공무원도 7명에 이른다. 서해관리단은 군인이나 경찰관이 아닌 항해사, 기관사로 공직에 입문, 우리의 어족자원을 지키는 일이 주 업무가 된 지 오래다.

2001년 한·중 어업협정 이후 국내 어선들의 연안 불법어업 단속보다 대중국 어선 단속에 치중해오고 있다.

올 들어 서해관리단이 나포한 불법 중국어선은 무려 110척, 지난해 172척으로 오히려 해경보다 많은 편이다.

이군승 서해어업관리단 운영지원과장은 30일 "우리 바다를 지킨다는 신념 하나로 말 그대로 전쟁을 벌이고 있는데 최소한 장수에게 싸울 수 있는 여건은 만들어줘야 하는 것"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전기충격기와 가스총을 사용해 중국 선원을 다치게 하느니 차라지 우리가 맞는 게 낫다는 자조도 나오고 있다" 며 "항상 외교력에 밀리는 정부 차원의 강력한 대책도 주문했다.

이날 오전 서해어업관리단 소속 어업지도선 무궁화2호 단속요원 김모 항해사 등 4명이 단속 과정에서 중국선원이 휘두른 흉기에 머리 등을 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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