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너무 크다 보니까 욕심이 나는 것이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상속 분쟁을 벌이고 있는 친형 이맹희 씨(이재현 CJ 회장의 부친)를 향해 작심하고 내뱉은 발언이다. 아버지인 이병철 선대 회장 때 이미 재산을 분배 받았으면서 삼성이 커지니 또 다시 재산을 탐낸다는 주장이다.

1938년 이 선대 회장이 대구에서 삼성상회를 설립하고 청과물, 건어물, 국수 등을 팔며 사업을 시작한 지 74년 만에 삼성은 매출 316조 원, 자산 440조 원의 글로벌 우량 기업으로 성장했다. 국내총생산(GDP)의 22%를 차지하는 국민 기업(?)이 됐다.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는 국내 기업 중 최초로 시총 200조 원을 돌파했다.

하지만 최근 삼성, 아니 '삼성 家'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속 분쟁은 국민기업을 넘어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외형에 걸맞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후계자로 선택받지 못했던 가문의 맏형은 "아버지가 남긴 재산을 돌려달라"며 동생을 향해 소송을 걸었다. 이에 대해 동생은 "재산을 한 푼도 내 줄 수 없다"고 맞받아쳤다. "탐욕이 소송을 초래한 것"이란 형의 비난에 동생은 "집안에서 퇴출된 사람이 감히"라고 응수했다.

해외 언론들은 삼성가의 상속분쟁을 싸늘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한 편의 통속극(Korean soap opera)을 연상케 한다"고 꼬집었다. 삼성의 경영권 승계를 북한 정권에 빗대 "김정일의 삼남인 김정은이 형 김정남을 제치고 권력을 차지했듯이 삼성 창업주인 이병철 선대 회장의 삼남인 이건희 회장도 이맹희 씨를 밀어내고 경영권을 승계했다"고 전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는 "삼성가 분쟁이 삼성전자 등 계열사에 손해를 주거나 지배구조에 영향을 주진 않겠지만 명예스러운 일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삼성가 분쟁과 이건희 회장의 날선 발언을 연일 1면에 다루던 신문들은 30일 아침 LG그룹 소식을 한 켠에 실었다. 구자경 LG 명예회장의 미수(88세 생일)를 맞아 지난 주말 범 LG가 가족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는 내용이다.

미수연에는 구 명예회장의 장남인 구본무 LG그룹 회장을 비롯해 2남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3남 구본준 LG전자 부회장, 4남 구본식 희성그룹 부회장 등 자녀들과 창업 동지인 GS가의 허창수 회장, 허동수 GS칼텍스 회장 등이 참석했다.

"검소하고 소박하지만 훈훈함이 있는 LG의 가풍을 그대로 모여주는 모임이었다"는 평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아쉽게도 창립 65주년을 맞는 LG가 최근 몇 년간 보여준 실적만을 놓고보면 내세울만한 것은 아니다. 주력 계열사인 LG전자, LG디스플레이 등의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시장의 기대치가 낮아진 탓일까.

LG전자가 지난 25일 발표한 1분기 매출 12조2279억 원, 영업이익 4482억 원에도 "잘했다" "기대 이상이다"란 분석이 나왔다. 삼성과 함께 한국 IT, 전자업계를 이끄는 쌍두마차라는 평이 무색해지는 실적에도 후한 평가를 주는 걸 보니 씁쓸해 지기까지 한다.

'외적 성과'를 퇴색시키지 않을 오너 일가의 자제력과 성숙함을, '훈훈한 가풍'을 더욱 빛내 줄 외형적 성장을 삼성과 LG에 각각 기대한다면 지나친 욕심일까.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