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만지는 나무

이기철

가지는 하늘 일이 궁금해

자꾸만 구름으로 올라가고

뿌리는 땅 일이 궁금해

자꾸만 흙 속으로 내려가고

잎들은 마을 일이 궁금해

자꾸만 뒤란으로 떨어지고

꽃들은 옆집 일이 궁금해

자꾸만 담 너머로 내다보네


나무나 사람이나 똑 같은가 봅니다. 물 오른 나무의 갓난 가지는 하늘 일이 궁금해서 자꾸만 위로 올라가고, 뿌리는 땅 속 일이 궁금해서 밑으로 내려가고…. 나무의 호기심은 아래 위로만 뻗는 게 아니군요. 마을 일이 궁금한 잎들은 좀 더 품을 넓혀 집 뒤란으로 몸을 던지고 꽃들은 대범하게, 아니 발칙하게도 옆집 일이 궁금해 자꾸만 담 너머로 빼꼼거립니다. 슬며시 웃음짓게 하는 저 개구쟁이 녀석들의 몸짓. 어디 나무만 그럴까요. ‘내가 읽은 책은 모두 아름다웠다/ 내가 만난 사람도 모두 아름다웠다’며 ‘떨어져서도 향기로운 꽃잎의 말로/ 내 아는 사람에게/ 상추잎 같은 편지를 보내고 싶다’던 시인의 노래처럼 오늘은 나도 그대 일이 궁금해 자꾸만 전화기를 매만지고….

고두현 문화부장·시인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