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아들의 대화가 ‘밥 먹었어?’ ‘예’에서 끝나는 가정을 생각해보세요. 어느 날 아버지가 스마트폰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쓰기 시작해요. 그럼 이런 질문을 던지겠죠. ‘너 어제 여친이랑 100일이었지, 좋은 시간 보냈냐?’”

‘소통 경연대회’가 열린 28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3층 대회의실. 이날 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이무연 씨(성균관대 4년)는 “SNS가 개인화를 부추긴다지만 잘 활용하면 세대 간 단절을 극복할 수 있는 도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CICI·대표 최정화) 주최로 열린 이 대회에서는 본선에 진출한 35세 이하 외국인 유학생 11명과 한국 대학생 9명이 ‘소통하는 한국’을 주제로 열띤 토론을 벌였다.

우수상과 인기상을 차지한 중국인 왕차오(한국외국어대 3년)는 자신을 “모태솔로가 아닌 못해솔로”라고 소개하며 “여자들에게 인기 있는 비결은 ‘칭찬의 힘’”이라고 말했다.

그는 “칭찬하는 문화가 연인이나 모든 인간 관계에서 빛나는데도 한국인들은 박수치며 칭찬할 일마저 근엄하게 말하거나 시큰둥하게 대해 점수를 깎아먹는다”고 지적했다.

프랑스 러시아 벨라루스 이란 인도 일본 아르헨티나 등 다국적 참가자들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러시아에서 온 오시포바 사라피마(한국문학번역원)는 “집에 손님이 왔을 때 (한국인 남편이) 들어가서 좀 쉬라고 해서 쉬면 다음날 ‘손님이 있는데 쉬라고 한다고 진짜 쉬면 어떡하냐’고 화를 낸다”며 “남을 배려해야 한다는 생각이 너무 강해서 속마음과 반대로 말하는 경향이 있다”고 꼬집었다.

일본에서 온 야마기와 다카코(동두천외고 교사)는 “모두 둘러앉아 먹는 한국 음식의 손맛, 종갓집의 전통 등은 세계인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하다”며 “프랑스 ‘미각주간’처럼 한국 학생들에게도 한국 맛에 대해 깊게 교육하고 한식 장인에게는 국가가 자격증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대상은 유일한 직장인 참가자인 프랑스의 오렐리엥 랑네즈에게 돌아갔다. 그는 “한국 조직문화가 상하관계로 일방통행하는 경우가 많고, 너무 많은 직급 때문에 일이 쉽게 풀리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소통 경연대회 대상 수상자는 유럽왕복항공권과 상금 200만원을 받았다. 오는 9월6일 열리는 CCF(문화소통포럼)에 청년 대표로 참여해 ‘소통의 대가’ 도미니크 볼통, 블라디미르 톨스토이와 토론도 벌인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