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의 이해찬 전 국무총리와 박지원 최고위원의 역할분담론에 대한 역풍이 거세다. 특히 박 최고위원이 지난 26일 비판 여론에도 불구하고 원내대표 경선 출마를 강행하면서 전병헌 이낙연 의원, 유인태 당선자 등과 함께 4파전으로 압축된 경선 구도가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4파전이지만 결국 ‘박지원 대 비박지원’ 구도로 압축되는 양상이다.
박 최고위원은 이해찬 문재인 전해철 한명숙 등 친노무현계와 박기춘 이윤석 주승용 등 지원군이 연합하면 40~50여표를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나머지 세 후보는 후보 단일화를 이루거나 2차 경선에서 연대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유 당선자는 문희상 원혜영 의원을 비롯해 이인영 유은혜 등 민주평화국민연대 소속 의 지지를 받고 있다. 당내 486세력 일부와 친손학규계 의원을 포함하면 30~40여명이 우군이다.
전 의원은 정세균 상임고문을 비롯해 당내 중도 성향 재선·3선 의원 상당수의 지지를 받고 있다. 이 의원은 광주·전남 의원들의 지지를 기반으로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했다.
‘이-박 담합’에 따른 당 안팎의 여론은 갈수록 악화되는 분위기다. 친노와 호남의 화합을 내세웠지만 실제 연대의 한 축인 호남 의원 절반이 이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권에 도전하는 김한길 당선자는 이날 한 라디오에 출연해 “당 대표와 원내대표라는 가장 높은 자리를 계파 간 밀실 합의로 나눠 갖겠다는 것은 구시대적인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당내 486그룹의 핵심 인사인 이인영 최고위원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초국적 기업에 맞서기 위해 삼성과 현대가 손을 잡았다면 어떻게 비쳐질까 상상해 본다”며 “연대를 한다지만 사람들 눈에는 불공정 거래와 독과점 담합 구조가 시장에 등장한 것으로 보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전 총리와 박 최고위원이 명분을 얻기 위해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함세웅 신부 등 재야 원로들로 구성된 ‘희망 2013·승리 2012 원탁회의(원탁회의)’를 끌어들인 점에 대해서도 당사자인 원탁회의가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박 최고위원은 26일 출마 기자회견에서 원탁회의 원로들의 권고를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원탁회의는 27일 보도자료를 내고 “민주당 대표 및 원내대표 관련 논의에 원탁회의가 관여했다는 언론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호기/허란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