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일곱 살의 공군 법무관. 부대 정훈교육을 위해 서점에서 이순신을 접한 후 충무공을 가슴에 품었다. 그를 인생의 롤모델로 삼고 헌법재판관까지 오른 그는 지난 30여년을 이순신 연구에 몰두했다. ‘이순신 전문가’란 별칭을 얻은 김종대 헌법재판관(64·사진) 얘기다.

김 재판관이 충무공탄신일(4월28일)에 맞춰 ‘이순신, 신은 이미 준비를 마치었나이다’(도서출판 시루)라는 책을 내놨다. 2002년, 2004년, 2008년에 이어 네 번째 서적이다.

헌법재판관이 되기까지 분초를 다투며 살아왔을 사람이 어떻게 이순신 전문가가 되었을까. 김 재판관은 “1975년 공군 법무관 시절 정훈교육을 하며 이 어른에게 빠져들었다”며 “30년 가까이 공직생활을 하는 동안 충무공은 나에게 살아있는 참스승이었다”고 26일 밝혔다.

책을 낸 또 다른 이유도 있다. 그는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국민들 70%는 우리 역사상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이순신을 꼽는다”며 “하지만 그 존경의 대상이 어떻게 살았는지, 어떤 정신으로 살았기에 존경하는지를 물으면 대부분 벙어리가 된다”고 연구 배경을 설명했다.

“존경의 대상에게서 아무 영향도 받을 수 없다면 존경 자체가 무의미한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이런 이유로 김 재판관은 “충무공이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고 존경만 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그의 생애를 정리해 알리는 일이 책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가 20여년간 충무공 공부를 하고 2002년 처음 낸 책은 ‘이순신 평전’이었다. 2004년엔 ‘내게는 아직도 배가 열두척이 있습니다’를, 2008년엔 ‘여해 이순신’를 펴냈다.

이번에 그가 내놓은 책은 ‘이순신 리더십’를 다뤘다. 김 재판관은 “모함으로 투옥돼 갖은 고생을 했음에도 누구도 원망하지 않는 자기수양, 백의종군 중에 선조의 재임명 교서를 묵묵히 받아들인 공인으로서의 책임감, 패잔병을 긁어모아 12척의 배로 승전한 개척정신, 매사 공사를 구분하는 선공후사 정신, 철저한 유비무환, 공명정대한 부하 사랑 등이 이순신 리더십의 요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 우리 시대에 필요한 것 또한 정성, 사랑, 자력, 정의를 갖춘 높은 인격의 리더십”이라고 강조했다.

스스로 ‘이순신 병’에 단단히 걸렸다고 말하는 그의 이순신 예찬가는 이렇다. “이순신을 존경한다는 학생을 만나면 미래에 꼭 성공할 사람처럼 보이고, 그런 법조인을 만나면 국민의 권리가 부당하게 침해될 일은 없을 것이라는 위안을 느끼고, 그런 기업인을 만나면 우리 경제의 미래는 어둡지 않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오는 9월 정년퇴임 예정인 김 재판관은 퇴임 후 충무공의 사상과 정신을 쉽게 정리해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이순신 정신 교육에 나설 계획이다. 충무공 탄신일을 하루 앞둔 27일 헌법재판소 백송아카데미에서 출판기념회를 열고 ‘명량해전으로 본 이순신의 리더십’이란 주제로 강연을 한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