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헬 구리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총장은 26일 한국 경제에 대한 희망과 우려 두 가지를 동시에 제기했다. 우선 우리나라가 OECD 회원국들보다 건전하고 튼튼한 재정으로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해 나가고 있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유사시 위기관리 능력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8%에서 3.5%로 하향 조정한 것은 성장잠재력이 많이 약화됐다는 평가를 반영하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이유는.

“세계 경제 전반적으로 성장이 많이 둔화되고 있다. 유럽 경제는 올해 소폭의 마이너스 성장까지 예상되는 상황이다. 미국도 성장 속도가 느리고 중국과 인도의 성장세도 둔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한국은 여전히 3.5%나 성장할 전망이다.

▶한국 복지지출 수준을 어떻게 평가하나.

“한국의 공공사회지출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7.6%(2007년 기준)로 19%인 OECD 평균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1990년 이후 한국의 복지지출 규모는 연평균 11%씩 증가하고 있다. OECD 국가 중 가장 빠르다. 새로운 복지제도 도입에 신중해야 한다. 필요한 대상 중심의 맞춤형 복지가 필요하다.”

▶한국 경제의 불안 요인으로 가계부채가 꼽힌다. 부채 수준이 적정하다고 보나.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본다. 한 가지 보탠다면 금융 교육 강화를 권하고 싶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찾아온 이유 중 하나도 많은 사람들이 금융 지식이 부족한 상황에서 모기지론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신용을 초과해 빚을 얻지 않도록 해야 한다. ”

▶다른 OECD 회원국과 비교해 한국의 소득 불평등도는 어떤 수준인가.

“상대적으로 봐야 한다. 통상 소득불균형 수준은 상·하위 10% 계층 간 소득 격차로 비교하는데 OECD 평균은 9배다. 상위 10%의 소득이 하위 10%의 9배라는 얘기다. 한국은 10배다. 평균을 웃돌지만 거의 평균에 가깝다. 미국은 14배, 브라질은 50배인데 이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다.”

▶그래도 한국에선 이 문제가 심각하다.

“OECD 평균은 25년 전 7배에서 현재 9배까지 상승했다. 하지만 한국의 불평등도는 지난 2~3년 사이 떨어졌다. 소득불평등 문제는 낮은 성장과 높은 실업률 문제가 맞물려 있는 ‘칵테일’과 같다고 보면 된다. 한국은 견조한 성장과 낮은 실업률, 그리고 강력한 해소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한국에는 ‘하던 대로 하라(stay in course)’고 권하고 싶다.

▶한국 경제는 북한 문제 등에 영향을 받는다. 전략을 어떻게 짜야 하나.

“지정학적인 리스크는 분명히 부담이다. 렌터카 업계에서 세계 2위를 달리는 회사 아비스의 원칙을 소개하고 싶다. 이 회사 직원들은 항상 ‘우리가 2위 사업자입니다’고 쓰인 티셔츠를 입고 다닌다. 이게 한국에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조언이다. 한국은 ‘빅(Big) 넘버 투’다. 물론 성장세에선 1위 국가다. 안주하지 말라는 의미다. 최근 많은 나라의 신용등급이 계속 강등되는 상황에서도 한국은 계속 상향 조정되고 있다.”

▶적정 외환보유액 수준은.

“외환보유액 확보는 보험으로 생각해야 한다. 대외 신인도 확보에도 중요하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