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히 작지만 나중에 예기치 못한 커다란 효과를 가져오는 현상을 일컬어 ‘나비효과’라 한다. 지금의 소프트웨어 불법복제 행태가 나비효과와 닮은 꼴이다. 처음에는 불법에 대한 인지가 낮은 사소한 일로 시작하다가 결국에는 온라인을 통한 무차별 대량복제까지 이른다. 이런 사회 분위기 속에서는 정품을 사용하면 ‘바보’가 되고, 단속에 걸리면 ‘재수없고 억울한 일’이 된다. 그 결과 현재 우리나라의 소프트웨어 불법복제율은 여전히 높다.

또한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불어버린 나비효과를 보자. “국내 소프트웨어 불법복제율을 10% 내릴 수 있다면 약 1조7000억원의 경제 성장 효과와 약 7800억원의 추가 조세 수입 증가, 그리고 1만개의 신규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다.” 이는 세계적인 시장 조사기관인 IDC가 발표한 ‘소프트웨어 경제 영향 연구 보고서’의 한국 관련 내용이다.

이 보고서는 소프트웨어는 정보기술(IT) 산업의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으므로, 소프트웨어 저작권 보호가 국가적 과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전했다. 뒤집어 생각해 보면 소프트웨어 불법복제율을 낮추지 않으면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 더 나아가서는 IT 산업과 국가 경제에 기여할 것을 기대할 수 없다는 의미일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소프트웨어 불법복제율은 여전히 40%대에 머물고 있다. 이는 현재 사용하고 있는 소프트웨어 제품 10개 중 4개 이상이 불법복제품이라는 뜻이다. 반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국가의 평균 소프트웨어 불법복제율은 27% 수준이다. 결국 우리는 정품 소프트웨어 사용률이 세계 수준에도 접근하지 못하는 환경에서 세계적 IT 강국을 외치는 모양새다.

세계적으로는 소프트웨어 불법복제율이 큰 폭으로 줄고 있다. 미국과 일본의 경우 불법복제율이 20% 선 아래로 내려가는 게 임박했다. 심지어 소프트웨어 불법복제율이 80%대에 이르던 중국도 정부 차원에서 저작권 보호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발벗고 나서는 상황이다. 이는 저작권 보호 환경이 국익과 직결된 국가 간 외교문제로 대두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자유무역협정(FTA) 아래에서는 저작권 보호가 매우 중요한 문제로 부각된다. 그래서 국제적인 보호를 전제로 저작권에 대한 자국의 보호환경을 마련하고 있다. 우리 정부가 한·미 FTA를 체결한 것은 저작권 보호 환경을 더 이상 세계 수준에서 뒤처지게 할 수 없다는 것을 암묵적으로 동의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소프트웨어 불법복제가 하루아침에 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여 안타깝다. 저작권을 보호하는 환경이 흔들림없이 유지돼야 하는데, 우리나라의 저작권 보호 환경은 여전히 정치적 논리에 좌우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K팝, 드라마, 전통음식 등으로 구성된 한류 콘텐츠가 세계적 붐을 타고 있다. 그 시작은 나비효과처럼 아주 보잘 것 없어 보였다. 우리의 정서로, 우리의 입가에만 머물던 가요가 지구 반대편에서 K팝 열풍을 몰고온 현상을 보면, 나비의 날갯짓 바람이 얼마나 큰 폭풍을 가져다 주고 있는지 새삼 되뇌어볼 만하다.

그러나 한류 콘텐츠가 대거 불법 복제돼 유통된다면 우리로서는 큰 타격이 아닐 수 없다. 이미 지식재산이 국가경제 성장의 주요 원천이라는 인식이 정착된 상태다. 그래서 정부도 저작권 보호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불법 복제 방지는 남의 일이 아니다. 강 건너 불 보듯 ‘나만 아니면 돼’라는 배타적 인식에서 벗어나 자신의 재산을 보호하고 경제적 가치를 높이는 수단으로 불법 복제 방지에 함께 걸음을 맞춘다면, 결국은 커다란 국가 경제 효과로 다가올 것이 확실하다.

소프트웨어 불법복제율을 낮추는 것은 상징적인 의미만 있는 게 아니다. 우리가 얻는 현실적인 이익이 크다. 국가 경제가 성장하고, 세수가 늘고, 청년들은 일자리를 얻는다는 데 무슨 설명이나 이유가 더 필요한가. 때문에 소프트웨어 불법복제 방지는 일상화돼야 한다. 그래서 이로 인한 ‘나비효과’가 저작권을 보호하는 긍정적인 순풍으로 나타나기를 기대한다.

박선정 < 사무용소프트웨어연합 의장 sunjpark@microsoft.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