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 얻는 지식은 단편적이고 파편적인 정보에 불과하다. 정보는 지식이 아니다. 정보가 여과과정을 거쳐 서로 연계되고 이용 발전돼야만 지식이 될 수 있다. 지식은 우리 머릿속에 들어와 자기 내면화 과정을 거쳐야 하고, 우리의 삶에 반영될 수 있어야 한다. 역사적 배경이 없는 정보와 인식은 가치를 상실한 것이다. 기술적으로 데이터 저장용량이 무제한으로 늘어난 것은 축복이 아니라 저주일 수 있다. 오늘날 지식경영의 중심과제는 넘쳐나는 정보를 여과, 축출, 정제, 체계화, 평가하는 것이다. 클라우스 디터 레만 독일 도서관장은 “인터넷 정보는 사람을 고독하게 만든다. 이제는 보편적 지식과 결별하고, 열정을 유발시키는 지식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그것은 어쩌면 감성과 이성이 결합된 지식 세계일 수 있다. 행복한 삶과 직업적 성공을 위해서는 이성보다 감성이 중요하며 자신의 감성을 다스릴 줄 아는 사람만이 성공한다고 학자들은 얘기한다. 소니 등 세계적인 기업들은 직원들에게 감성지능을 갖출 것을 강조한다. 감성지능은 타인이 원하는 것을 파악해 그에 상응하는 행동을 하는 것이다. 사람들에게 부드럽게 대하면서도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에는 단호함을 보이는 것이야말로 감성지능의 참뜻이라고 한다.

《무엇이 과연 진정한 지식인가》는 독일의 대표적인 시사주간지 슈피겔지의 전문가 16명이 지식의 의미와 역사, 정보를 통합하고 통찰할 수 있는 방법을 성찰한 책이다. 각자 자기 분야에서 무엇이 진정한 지식인지, 지식을 습득하는 과정에서 우리 뇌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삶에 도움이 되는 지식을 얻는 길은 어디에 있는지, 지식에 이르는 올바른 길은 어떤 것인지 안내한다.

또 인터넷 시대를 이끌고 있는 주요 기업들의 현주소를 점검해 한계점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인터넷 시대의 가장 중요한 창조물로 여겨지는 위키피디아는 사용자들이 참여해 만든 디지털 백과사전이다. 지미 웨일스가 성인물 검색 엔진으로 번 돈으로 2001년 설립했다. 여성의 알몸을 보고 싶은 욕망이 모태가 된 셈이다. 위키피디아의 성공과 함께 ‘지식의 총화’였던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은 몰락했다. 하지만 위키피디아는 오류투성이다. 이용자가 임의로 내용을 올리고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시스템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전 세계인들이 하루 3000만번이나 클릭하는 구글이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교류하는 통로가 될 가능성도 적다고 내다본다. 구글 검색기는 의미가 아니라 클릭 횟수와 최신 업데이트된 순서에 따라 답을 제시한다.

구글에서는 영어 출판물이나 주류 학문을 선호하기 때문에 혁신적인 아이디어는 묻히기 일쑤라고 저자들은 지적한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