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종구 하이마트 회장이 대표이사직에서 해임됐다.

하이마트는 25일 서울 한남동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임시 이사회를 열고 횡령·배임혐의로 검찰에 기소된 선종구 영업부문 대표이사에 대한 해임안을 의결했다. 이날 표결에는 6명의 이사회 멤버 중 4명이 참석해 3 대 1로 해임안을 처리했다. 최대주주인 유진그룹 유경선 회장은 화상으로 표결에 참여했으며, 선 회장과 선 회장 측 사외이사는 표결에 앞서 회의장을 나갔다.

유 회장은 이날 해임안 의결 뒤 가진 한국경제신문과의 전화 통화에서 “대주주로서 앞으로 하이마트의 경영 정상화에 최선을 다하고 시장의 신뢰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해 선 회장을 대신할 영업부문 대표이사를 10일 내에 사내에서 발탁한다는 내용 등을 담은 경영정상화 방안을 발표했다. 유 회장은 재무부문 대표이사직을 계속 맡기로 했다.

경영정상화 방안에는 영업부문 대표 발탁 계획과 함께 △매각작업의 주식거래정지 해제 직후 즉시 재개 △임직원 고용안정 및 성과배분 투명성 확보 △경영진에 대한 감사기능 강화 등이 포함됐다.

유진그룹 관계자는 “선 회장에 대한 대표이사 해임안 의결로 경영 정상화를 위한 첫 발을 뗐다”면서 “시장이 하이마트의 정상화를 바라고 있는 만큼 필요한 조치를 모두 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선 회장은 이날 이사회 참석 후 “(유 회장과 동반 퇴진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에 변함이 없다. 하이마트 임직원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하이마트 임직원들의 비상 협의체인 ‘하이마트 경영정상화 및 매각촉구위원회’는 이날 서울 대치동 본사 앞에서 궐기 대회를 열었다. 행사엔 500여명(하이마트 측 추산 1000여명)이 참가했다. 김경선 위원장은 “경영권 분쟁과 검찰 기소의 당사자인 유 대표와 선 대표가 동반 사퇴해야 하고 중립성을 잃은 사외이사 4명도 모두 퇴진해야 한다”면서 “새 재무대표는 유진 측에서, 새 영업대표는 회사 내 영업부문에서 선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위원회는 하이마트 전체 임직원의 95%인 2800여명이 이날 사직서를 써 위원회에 일임했다고 밝혔다. 동반퇴진 요구가 관철되지 않을 경우 초강경 투쟁도 가능하다는 대목이어서 향후 진행 과정이 주목된다.

그러나 유진그룹 관계자는 “이미 서울지역 주요 지점장들과 팀장들이 이사회 의결결과에 따르기로 한 만큼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직원들의 궐기대회와는 별개로 전국 306개 하이마트 매장은 정상 영업을 진행했다.

앞서 유 회장은 지난 21일 2000여명의 하이마트 임직원들에게 △지분매각 조속 추진 △임직원 우리사주 지분투자 손실 보전 등의 약속을 담은 이메일을 전달하는 등 선 회장 퇴진 이후 조직 추스르기에 들어 갔었다.

한편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이사회 직후 유진기업이 내세운 경영정상화 방안은 하이마트 주식의 거래 재개를 위한 기본 방향에는 일단 상당히 가까워졌다고 본다”며 “문제가 됐던 납품업체 관련 제도를 선진화하겠다는 내용 등이 대표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유 회장 주도로 투명성 개선방안을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며 “거래소로 공식적으로 자료가 넘어오면 신중하게 심사하겠다”고 말했다.

박수진/임현우/김유미 기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