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향을 잃고 헤매던 정보기술(IT)주들이 애플의 ‘깜짝 실적’에 고개를 치켜들었다. 애플의 2분기(1~3월) 실적이 시장의 예상치를 뛰어넘은 것으로 나타나자 국내 IT주들도 이에 화답했다. 애플이 실적 발표와 함께 “3분기 실적은 2분기만 못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자 라이벌 삼성전자의 점유율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삼성 계열 IT주들이 일제히 힘을 받았다.

증권가에선 ‘애플 효과’와 ‘삼성전자 영향력 확대’가 박스권에 갇힌 국내 증시에 단비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애플 효과’ vs ‘삼성 독주시대’

25일 코스피지수는 1.44포인트(0.07%) 하락했다. 하지만 전기·전자 업종지수는 1.27% 상승했다. 전날 미국 나스닥이 마감된 직후 발표된 애플의 2분기 주당 순이익(12.30달러)이 시장 전망치(10.07달러)를 20% 이상 웃돈 점이 호재로 작용했다.

올 들어 애플과 거의 비슷한 주가 흐름을 보였던 삼성전자는 이날 2만2000원(1.71%) 상승하며 130만5000원을 기록했다. 애플과 거래관계를 맺고 있는 IT 부품주들도 기지개를 켰다. 애플에 LCD 패널을 납품하는 LG디스플레이가 1.9% 상승한 것을 비롯해 유아이디(3.36%) 실리콘웍스(5.49%) 디지텍시스템(2.01%) 등이 올랐다.

눈에 띄는 건 삼성전기(1.44%) 삼성SDI(2.17%) 삼성테크윈(0.30%) 등 삼성 계열 IT주들이 일제히 상승했다는 점이다. 애플이 전날 “아이폰 재고 증가 등으로 인해 3분기(4~6월)에는 주당 순이익이 8.68달러에 그칠 것”이라고 밝히자 삼성전자가 반사 이익을 얻게 될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됐다.

설령 ‘역애플 효과’가 나오더라도 그 수혜를 삼성전자가 받는 만큼 국내 IT주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 영향을 미쳤다.

○코스피지수 상승 모멘텀 될까

증권가에선 ‘애플 효과’와 ‘삼성전자 영향력 확대’ 현상이 IT주에 불을 붙여 증시의 상승 동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글로벌 IT 쌍두마차’가 뛰어난 실적으로 시장의 불안감을 불식시킨 만큼 한동안 관망하던 투자자들이 IT주 매수에 다시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LG전자 LG디스플레이 등 다른 IT대형주들의 실적이 개선되고 있는 점도 ‘IT발 증시 레벨업’ 전망에 힘을 보태고 있다.

김성인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오는 10월께 아이폰5가 나오기 전까지는 갤럭시 S3가 스마트폰 시장을 장악할 가능성이 높은 데다 최근 들어 D램 가격이 상승하는 등 상당한 호재가 삼성전자를 기다리고 있다”며 “주가가 180만~200만원까지 오를 여력이 있는 만큼 연초에 이어 삼성전자가 이끄는 2차 IT 랠리가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도 “한 차례 조정을 거친 만큼 IT주와 자동차주를 중심으로 추가 상승이 일어나 8월에는 코스피지수가 2300선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다른 시각도 있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애플 효과가 증시를 뒤흔들 만한 소재가 아닌 만큼 당분간 코스피지수는 2000선을 중심으로 횡보하는 장세가 지속될 것”이라며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에 대한 윤곽이 나오고 유로존 위기가 수그러들 것으로 예상되는 5월 말이 돼야 제대로 된 상승 모멘텀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오상헌/임근호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