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기업’에 투자하면 수익률도 좋을까. 사회책임투자(SRI)지수의 올해 성적표를 보면 정답은 ‘예스’다. SRI지수는 환경과 사회공헌에 신경쓰는 우수 기업들을 묶어 한국거래소가 운영하는 지수다. 다만 이 지수가 선전한 배경은 따로 있다는 분석이다.

SRI지수는 최근 3개월간 2.25% 올라 코스피지수 상승률 1.04%를 웃돌았다. 같은 계열 지수로 환경 경영에 특화한 SRI ECO지수(환경책임투자지수)의 상승률은 더욱 눈에 띈다. SRI ECO지수는 같은 기간 3.57% 상승, 업종지수를 제외한 거래소 지수 가운데 최고를 나타냈다. 지난 6개월간 상승률은 10.64%로 시장 평균(3.91%)의 3배에 가깝다.

거래소는 2010년부터 환경, 사회책임, 지배구조 건전성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 기업 70개를 골라 SRI지수를 산출한다. SRI 구성 종목 가운데 환경 점수가 높은 30개 기업을 다시 엄선한 것이 SRI ECO지수다. 업종지수를 제외하면 코스닥 스타지수와 함께 편입종목 수가 가장 적다. 시가총액 기준도 엄격하다. 결과적으로 SRI ECO지수에는 삼성전자 현대차 포스코 기아차 등 ‘고르고 고른’ 우량주만 편입된다.

SRI ECO지수가 올초 코스피와 수익률 격차를 벌리기 시작한 데에도 이 같은 ‘소수정예’의 힘이 컸다. 삼성전자 한 종목이 편입종목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5.53%(23일 기준)에 달한다. 코스피200지수의 21.35%, IT(정보기술)업종지수의 28.60%와 비교하면 삼성전자 영향이 크다. SRI ECO지수에서 현대차 시총 비중은 9.69%로 코스피200지수(5.83%)보다 높다.

최근까지 국내 증시에선 삼성전자·현대차 위주의 ‘양극화 장세’가 펼쳐졌다. 이들 종목을 많이 담은 SRI ECO지수가 잘나간 진짜 이유다.

한 전문가는 “실적에 자신감이 있거나 규모가 큰 기업일수록 사회책임 경영에 나서는 경향이 있다”며 “횡보장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한다면 SRI 계열의 두 지수를 눈여겨볼 만하다”고 설명했다. SRI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로는 KTB자산운용의 ‘그레이트 SRI ETF’, 산은자산운용의 ‘파이어니어 SRI ETF’가 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