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1970년대 기약없이 떠나는 곳이던 한국 농촌이 불과 50년 만에 ‘돌아오는 농촌’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지난해 귀농·귀촌 인구가 1만503가구로 전년의 두 배로 급증한 것은 이제 시작일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연간 농산물 판매금액 1억원이 넘는 농가가 5년 새 58.5% 늘어난 2만6000가구로 집계됐다. 농가(65세 이하) 평균 소득은 2010년 5730만원으로, 전국 가구 평균 소득의 1.3배에 이를 정도다. 더 이상 못 살고 낙후되기만 한 농촌이 아닌 것이다.

그럼에도 농업은 여전히 퇴영적 이미지에 갇혀 있다. FTA 등 개방 논의 때마다 피해자로만 부각됐을 뿐, 개방을 기회로 삼으려는 역발상이나 그런 시도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젠 이런 고정관념을 뜯어고쳐야 할 때다. 지난해 농림수산식품 수출액은 77억달러다. 전년보다 30.8%나 늘어 전체 수출 증가율(23.8%)을 앞질렀다. 신선 농산물 수출은 처음으로 10억달러를 넘어섰고, 가공식품은 36.1%나 증가한 43억달러였다. K팝 못지않게 한국 농업도 르네상스가 도래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선진국치고 농업이 선진화되지 않은 나라는 없다. 미국 프랑스 네덜란드 호주 등은 한결같이 농업을 고부가 수출산업으로 키워냈다. 우리라고 못할 이유는 없다. 더구나 13억 중국인의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고급 식품에 대한 수요가 폭증하는 상황이다. 중국인이 치즈에 맛들이면 우유를 먹기 힘들어질 것이란 수세적 발상에서 벗어나, 국내 낙농가들이 돈방석에 앉을 수 있다는 큰 그림을 그릴 때다. 어업도 마찬가지다. 중국인이 회를 먹기 시작하면 물고기 씨가 마를까 걱정할 게 아니라 서해안 남해안 어민들은 이를 대박 기회로 삼아야 한다.

피해의식에 사로잡힌 보호 농업으로는 안 된다. 정부 보조금은 물류, 수출 지원 등 생산적 보조금에 집중돼야 마땅하다. 실제 성공 사례도 있다. 파프리카는 국내에 들여온 지 15년도 안 돼 연간 수출액(6600만달러) 1위 농산물이 됐고, 선인장도 세계시장을 주름잡는다. 21세기 효자산업이 바로 농업이다. 기름 한방울 안 나면서도 석유제품을 반도체보다 많은 연간 516억달러어치나 수출하는 나라가 한국 아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