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서스는 지난해를 제외하고는 최근 11년간 미국 프리미엄 세단 시장에서 1위 자리를 지켜왔다. 최근 출시된 GS350은 지난해 BMW와 메르세데스 벤츠에 1, 2위 자리를 내주며 3위로 주저않은 렉서스의 부활을 알리는 파격적인 디자인의 풀체인지(전면 변경) 모델이다.

여기에 맞서는 미국 프리미엄 브랜드는 캐딜락이다. 캐딜락 역시 올해 여름 신형 스포츠 세단 ATS를 출시, BMW 3시리즈와 렉서스 IS250을 잡겠다고 벼르고 있다. CTS는 ATS보다 먼저 나온 중형 세단으로 ATS의 ‘형’인 셈이다. 두 모델 모두 미국 프리미엄 시장 점령의 ‘특명’을 받았다.

두 차를 차례로 시승해봤다. GS350을 보면 ‘파격적인 아름다움’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무엇보다 전면부 그릴이 인상적이다. 상하좌우가 날카롭게 날이 서 있는 모습이 화살촉처럼 보인다. 렉서스는 이를 ‘스핀들 그릴’이라고 부른다. 이렇게 파격적이고 강한 디자인을 갖춘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 독일 아우토반 등 고속주행도로를 달릴 때 뒤에서 렉서스가 따라오면 이 스핀들 그릴의 강한 인상에 놀라 길을 비켜주도록 디자인했다는 것이다. BMW와 벤츠, 아우디 등 독일 프리미엄 세단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인다.


렉서스의 품질이나 성능은 이미 미국 시장을 접수한 것으로 충분히 검증됐다. 신형 GS350은 BMW를 의식한 듯 ‘달리는 재미’를 강조했다. 직접 운전해 보니 BMW보다 상쾌하고 가벼운 엔진 회전감이 특징이었다. 3.5ℓ 6기통 엔진은 310마력의 최고 출력과 최대 토크 38.2㎏·m의 성능을 갖췄다. 넉넉한 힘을 바탕으로 경쾌하게 달리면서도 정숙성, 부드러운 승차감은 벤츠와도 비교할 만했다. 부드러운 핸들링은 아우디를 연상시켰다. BMW와 벤츠, 아우디의 모든 장점을 균형감 있게 녹인 듯했다. 하지만 고속주행 때 접지력이나 응답성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렉서스 GS350이 접지력에서 부족함을 보인 반면 캐딜락 CTS는 후륜구동답지 않은 훌륭한 접지력을 보였다. 곡선 구간에서 핸들을 거칠게 돌려도 차체가 도로에 잘 붙어서 돌았다. 하지만 응답성은 GS350보다 더 느렸다.


묵직한 차체와 직선 위주의 디자인은 미국 머슬카의 특성을 고스란히 갖고 있다. 두꺼운 바디와 공격적인 그릴이 갖는 강한 존재감은 GS350에 전혀 뒤지지 않는다. 이번에 시승한 GS350과 비교되는 모델은 3.6ℓ 6기통 엔진이 탑재된 317마력짜리 CTS 3.6 프리미엄이다. 시승한 차는 이보다 작은 엔진이 달린 CTS 3.0 럭셔리 모델이다. 최고 출력 275마력, 최대 토크 31.0㎏·m으로 GS350에 비해 스펙은 낮았지만 이 차를 몰아 보니 40마력의 힘을 더 보탠다면 GS350보다 역동적인 드라이빙이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격은 GS350이 6580만원이고 캐딜락 CTS 3.0 퍼포먼스는 5450만원으로 캐딜락이 1000만원가량 싸다. 체급을 맞춰 3.6 프리미엄(6180만원)으로 올려잡아도 400만원 차이가 난다. 하지만 캐딜락의 실내 인테리어가 프리미엄 세단이라고 하기엔 자재나 디자인 측면에서 독일 일본을 따라오지 못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400만원의 차이는 크게 느껴지지 않을 것 같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