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투자는 옛말입니다. 당장 눈앞에 수익이 보여야 투자자들이 움직입니다.”(고준석 신한은행 프라이빗뱅크 부동산 재테크팀장)

서울 강남 부자들이 장기 투자 종목으로 활용해온 땅을 외면하고 수익형 부동산으로 방향을 돌리고 있다. 최근 토지경매 입찰 경쟁률이 200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땅은 투자처로서의 매력을 잃어가는 추세가 뚜렷하다. 대신 중소형 빌딩, 소형 오피스텔, 상가건물 등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거둘 수 있는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투자 열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전반적으로 부동산 시장이 침체한 가운데 환금성과 수익성을 겸비한 부동산이 관심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특히 중소형 빌딩은 자녀 상속과 노후 대비책으로 가장 유망한 투자처로 꼽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낙찰가율 금융위기 이후 최저

법원경매정보 전문업체 부동산태인이 최근 5년 간 1분기 전국 법원에 나온 경매물건 36만1816개를 분석한 결과 전체 물건 중 수량이 가장 많았던 토지의 1분기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67.13%로 2007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원래 토지는 투자 유망물건으로 통했다. 금융위기 전인 2008년 1분기 낙찰가율만 해도 90.56%를 기록하는 등 소위 유망한 물건으로 통했다. 금융위기 이후인 2010년과 2011년에도 각각 77.47%, 72.71% 정도로 선방했으나 지난 1분기 들어 다시 주저앉았다.

정대홍 부동산태인 팀장은 “경매 투자자 중 상당수가 여유자금을 투입해 물건을 싼 값에 낙찰 받은 뒤 차익을 남기고 되파는 형태가 많았으나, 실수요층의 투자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차익 실현이 어려워 투자 열기가 식었다”며 “최근 부동산 거래침체로 인해 불거진 여러 이슈들이 도미노처럼 연쇄반응을 일으키면서 토지 경매시장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반 토지거래 시장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투자자들이 대부분 활용도가 높은 토지를 찾다보니 지방보다는 서울 수도권에 그나마 관심을 갖는다”며 “그나마 지방에서 거래되는 토지는 물류단지, 공장용지 등 실제 사용할 목적의 토지 정도”라고 말했다.

○중소형 빌딩은 최고의 투자처

투자자들은 토지 대신 빌딩이나 임대용 아파트, 오피스텔 등 당장 수익을 낼 수 있는 부동산으로 관심을 돌리고 있다. 토지가 투자대상으로 선호되지 않는 것은 환금성이 약하기 때문이다. 고준석 팀장은 “최근 토지에 대한 투자는 묻어 둔다는 생각으로 10년을 내다보고 소규모로 투자하는 것 외에는 인기가 없다”며 “옛날처럼 개발계획이 쉽게 바뀌지 않기 때문에 큰 금액 투자는 더 이상 의미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재력을 갖춘 개인 투자자들이 접근할 수 있는 100억원 이하의 중소형 빌딩은 매물을 내놓기가 무섭게 거래가 이뤄진다. 서울 강남 테헤란로 이면 도로의 중소형 빌딩의 3.3㎡당 매매가는 대형 빌딩보다 높게 형성될 정도다. 빌딩정보업체 알코리아에 따르면 1분기 빌딩 거래건수는 20여건으로 지난해 4분기보다 20%가량 늘었다.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이 지난 2월 조성한 중소형빌딩펀드는 아직 마땅한 빌딩을 찾지 못했다. 중소형 빌딩에 대한 관심이 높아 매물이 나오는 족족 사라지고 기존 매물도 가격대가 높게 형성돼 있어서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강남권에 거래될 수 있는 빌딩이 한정적이지만 안정적인 임대수익과 향후 가치 상승 기대감까지 덧붙여져 (마땅한 빌딩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몸값 가벼운 수익성 부동산도 주목

오피스텔과 소형 아파트의 인기도 여전히 높다. 올해 서울 강남권에서 분양한 오피스텔은 평균 수십 대 일의 경쟁률을 보이며 조기에 분양을 마치고 있다.

효성이 지난달 공급한 역삼동 ‘강남역 효성 인텔리안더퍼스트’도 28 대 1에 달하는 경쟁률을 보였다. 대우건설이 최근 분양한 ‘청담역 푸르지오 시티’도 평균 9.32대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고 이지건설이 역삼동에 선보인 도시형 생활주택 ‘EG 소울리더’는 최고 102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는 등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높은 관심을 입증했다.경매시장에서도 오피스텔의 인기는 상종가다. 지지옥션이 최근 1년간 서울의 오피스텔 낙찰률을 조사한 결과 물건의 19.94%가 경매에 나오자마자 낙찰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오피스텔 5건 중 1건은 1회차에서 낙찰돼 전반적인 낙찰 가격이 높게 형성되고 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