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생활은 많은 이들의 꿈이다. 하지만 동시에 현실이기도 하다. 막연한 로망만으로 시작하는 전원생활은 생각지 못한 현실 문제에 봉착해 실패하기 쉽다. 앞서 전원생활을 준비했던 이들의 실패담을 듣고, 전원생활을 시작하기 전 무엇을 고려해야 하는지 알아본다.

Case 1.

A 씨는 50대 중반 중견기업 임원으로 퇴임하고 퇴직금으로 작은 프랜차이즈를 운영했다. 사업은 A 씨가 직접 신경 쓸 일이 많지 않아 오래전부터 꿈꿔왔던 전원주택을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다. 강원도 홍천에 토지를 매입하고 집을 지어 2009년 입주할 수 있었다. A 씨는 자연 속에서의 삶이 즐거웠다.

그러나 A 씨의 아내는 달랐다. 처음부터 전원생활을 반대했지만 남편의 성화에 못 이겨 전원생활을 시작해야만 했던 아내는 생활의 모든 부분이 불편했다. 마트, 세탁소, 미용실이 근처에 없어 차를 타고 읍내로 나가야만 했다. 운전을 못해 남편이 없을 때는 그마저도 할 수 없었다. 집이 넓고 주변에 흙과 풀이 많다 보니 청소도 힘들었다. 철마다 손 봐야 하는 정원 관리도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아내가 견디기 힘든 것은 외로움이었다. 도시에서는 각종 모임으로 친구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는 것이 유일한 취미이자 삶의 낙이었다. 그런데 주위에 친구는커녕 이웃도 찾기 힘든 전원주택으로 오면서 아내는 삶의 의욕을 잃었다. 결국 아내는 우울증 증세까지 보였다. 전원생활을 포기하자는 아내와 포기 못한다는 A 씨 사이에 다툼이 잦아졌고, 이를 견디지 못한 부부는 2011년 이혼했다. 아내는 다시 서울로 올라왔고, A 씨는 전원주택에 머물고 있다.

Case 2.

금융회사에 다니는 직장인 B 씨는 2010년 경기도 남양주에 실거주형 전원주택을 마련했다. 30대 후반으로 비교적 일찍 전원주택을 준비한 셈이다. 아내도 전원생활에 만족하는 편이었고, 다섯 살 난 아이도 넓게 트인 공간에서 지내는 것이 좋아보였다.

전원생활의 어려움은 오히려 남편에게 있었다. B 씨는 직장생활을 병행해야만 했는데 직장과의 출퇴근이 문제였다. 남양주의 전원주택에서 여의도에 위치한 B 씨의 사무실까지는 차로 1시간 40분이 걸렸다. B 씨는 회사에서 회식이나 저녁 약속을 포기해야만 했다. 1시간 40분이면 웬만한 수도권 도시의 출퇴근 시간과 비슷하지만, 도시와는 달리 전원주택에는 버스나 지하철 이용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피할 수 없는 술자리에서 한 잔 두 잔 마시다 보면 일찍 끊기는 막차를 놓치기 일쑤였고, 도시보다 몇 배는 비싼 가격에 대리운전은 부를 엄두도 내지 못했다.

이런 생활이 반복되다 보니 사회생활에도 지장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업무상 만나야 하는 사람들도 만나기 어려웠고, 회식에 자주 빠지다 보니 직장에서도 따돌림 당하는 느낌이었다. 아내와 아이를 전원주택에 두고 작은 방을 얻어 나올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처자식 둘만 외진 곳에 머물게 한다는 것이 불안해 쉬이 내키지 않았다. 가족과 상의 끝에 B 씨는 결국 전원주택을 정리하고 서울에 전셋집을 구했고, 전원생활은 훗날을 기약해야만 했다.

Case 3.

경기도 파주시 전원주택에 사는 C 씨는 글을 쓰는 작가다. 40대 중반으로 중학교 2학년생 자녀가 한 명 있다. C 씨는 일이 비교적 자유로웠고 개를 기르는 것을 좋아해 2004년 일찍 전원생활을 시작했다.

C 씨의 전원생활 초창기는 아무 불편함 없이 지나갔다. 하지만 아이가 중학교에 진학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초등학교 교육과는 달리 중고등학교 교육은 전원주택에서 진행하기 어려웠다. 교육 수준의 차이도 무시할 수 없었고, 통학만 하더라도 초등학교는 그가 머무는 전원주택 단지까지 오는 스쿨버스 덕에 어려움이 없었지만 중학교는 그렇지 않았다. 학업 시간은 늘어나기 때문에 아이의 부담 역시 학년이 올라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었다.

C 씨는 그렇다고 자녀 교육 때문에 전원생활을 전부 정리하고 도시로 갈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이미 전원생활에 너무 익숙해져 작가 활동을 도시에서 진행하는 것이 어려웠고, 그가 기르는 10여 마리의 애완견도 정이 들어 다른 곳으로 보낼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C 씨는 일산에 전셋집을 얻어 아내와 아이가 머물도록 했다. 전원생활로 인해 갑작스레 기러기 생활을 시작하게 된 셈이다.


꿈만 꾸고 시작했다간 낭패, 현실적인 불편함도 고려해야

전원생활을 시작했을 때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불편함은 근린 상업시설의 부재다. 편의점, 마트, 미용실, 세탁소, 잡화점, 제과점, 배달 음식점, 목욕탕, 병원, 학원, 헬스클럽 등 도시에서는 쉽게 찾을 수 있었던 것들의 부재를 갑작스레 피부로 느꼈을 때 불편함이 생각보다 크다는 것이 전원주택 입주민들의 말이다.

전원생활의 특성상 발생하는 잡일도 고려해야 한다. 직접적인 관리가 필요 없는 도시의 아파트와는 달리 전원주택은 직접 손보고 신경 써야 할 것이 많다. 작은 규모의 유지·보수는 물론이고 정원이 있다면 정원 관리, 쓰레기 및 오·폐수 처리도 직접 해야 한다. 여유 있는 전원생활만을 생각했다면 끊임없이 생기는 잡일 때문에 전원생활에 염증을 느낄 수도 있다.

A 씨는 근린 상업시설의 부재와 전원주택 관리의 어려움이 드러난 전형적인 사례다. 더불어 전원생활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고립도 작용했다. 단지형 전원주택이 아닌 개인적으로 토지를 매입해 전원주택을 시공해서 거주하는 단독형 전원주택의 경우 갑작스러운 사회와의 단절이 발생하게 마련이다. 더구나 전원생활은 남성이 결정하고 추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 여성은 전원생활에 불만을 가지기 쉽다.

최근에는 전원생활을 시작하는 연령대가 낮아지면서 B 씨와 같은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은퇴 후 전원생활을 시작하는 50~60대 이상 인구와는 달리 30대의 경우는 전원생활을 하더라도 도심에서의 직장생활을 병행하게 마련이다. 이 경우 단순히 도심과 집 사이의 거리만 계산했다가는 직장생활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음을 염두에 둬야 한다.

C 씨의 경우는 중고생 자녀의 교육 문제가 대두된 사례다. 전원주택 입주자들의 말에 따르면 자녀 교육 문제가 드러나는 것은 중학교 진학 이후다. 따라서 전원주택을 선택하는 데 있어 자녀의 연령대에 따라 다르게 접근하는 것도 중요하다. 전원주택 전문가에 따르면 자녀가 중학교 진학 전에는 도심 근교의 소형 전원주택, 중고생일 경우에는 실거주형보다는 주말 세컨드 하우스 개념의 전원주택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이후 자녀가 대학에 진학하거나 독립한 후 실거주형 전원생활을 시작했을 때의 적응 기간을 주말형 전원주택 생활을 통해서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원주택 입주자들의 말에 따르면 자녀 교육 문제가 드러나는 것은 중학교 진학 이후다. 따라서 전원주택을 선택하는 데 있어 자녀의 연령대에 따라 다르게 접근하는 것도 중요하다.

함승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