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미국에서 애플을 상대로 추가 소송을 18일(이하 현지시간) 제기했다. 지난 17일 미국 법원이 삼성전자와 애플의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협상에 나서라고 명령한 지 하루 만이다. 전문가들은 협상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한 선제 조치로 해석하고 있다.

지식재산권 전문가 플로리안 뮐러와 주요 외신 등은 삼성전자가 18일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에 애플을 상대로 8개 특허에 대해 추가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월 이 법원에 소송을 냈고 애플도 맞소송을 낸 상태다.

이번 추가 제소는 지난 2월 애플이 삼성전자를 상대로 낸 소송에 대한 맞대응으로 보인다. 애플은 당시 갤럭시S2, 갤럭시탭, 갤럭시 플레이어 등 17개 기기가 자사 특허 8개를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는 이번 소송에서 애플의 아이폰과 아이패드는 물론 아이팟 애플TV 아이튠즈 아이클라우드 등 대부분 제품과 서비스까지도 침해 대상에 포함시켰다. 그동안은 주로 통신표준특허로 공격에 나섰지만 프랜드(FRAND·공정하고 합리적이며 비차별적인 방식으로 누구에게나 제공할 의무) 조항으로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삼성전자는 이번에 통신기술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키보드, 디지털 이미지 촬영·복사, 원격 영상 전송 등 다양한 특허 소송을 동원했다. 8개 특허 가운데 3건은 지난해 외부에서 사들인 것이다.

뮐러는 블로그에서 “미국에서만 3만건의 특허를 보유한 삼성전자가 공격이 최선의 방어란 전략을 쓰고 있지만 바람직한 것인지는 미지수”라며 “이번 소송은 유럽연합(EU)의 반독점 조사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제소 전날인 17일, 미국 법원은 양사의 수장인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과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가 만나 ‘합의를 위한 협상’에 나설 것을 명령했다. 두 회사는 90일 내에 만나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강공에 나선 이유로 전문가들은 협상을 대비하기 위한 차원으로 예측하고 있다. 더 강력한 특허를 보유한 쪽이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아이폰 아이패드 등에 국한했던 특허 소송을 대부분 제품으로 확대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특허 소송에 대한 기본 입장 변화가 없다고 설명했다. 앞서 18일 신종균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은 기자들과 만나 법원의 명령에 대해 “판사의 결정이니 양사가 따라야 한다”면서도 “아직까지 특별히 두 회사가 접촉한 일은 없고 어떤 절차로 진행할지도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법원 명령과 관계없이 특허 소송에 대한 대비도 계속해 나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