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카슈랑스 연금'도 10% 수수료 뗀다
은행 창구에서 판매하는 연금보험 상품의 수수료(사업비)도 최고 10%씩 매달 떼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회사들이 과도하게 높은 수수료를 책정하면서 방카슈랑스 도입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금융계에 따르면 은행들이 판매하는 연금보험의 수수료가 초기 7~10년 동안 월 9~10% 선에 달하고 있다. 보험설계사를 통해 가입할 때 부담해야 하는 수수료(평균 12%)보다 2~3%포인트 낮은 데 불과하다. 정부는 2003년 보험 수수료를 낮출 목적으로 은행의 보험상품 판매를 허용했다.

방카슈랑스 보험상품의 수수료가 낮지 않은 이유는 보험사가 은행 측에 지급하는 모집 수수료만 기본 보험료 대비 월 3~4%에 달해서다. 보험설계사에게 직접 지급하는 수수료(월 5~6%)보다는 적지만 은행 인프라를 그대로 이용한다는 점에서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방카슈랑스 도입 이후 은행권이 보험사에 대해 ‘갑’의 위치로 올라선 상황이어서 보험사가 방카 수수료를 깎기 어려운 구조”라며 “이달부터 초기 수수료를 낮추는 대신 장기 수수료를 높이는 식으로 바꿨지만 수수료 총액 면에서는 달라진 게 없다”고 전했다.

은행권은 방카슈랑스 방식으로 판매하는 연금보험의 수수료를 보험사가 정하는 데다 창구 판매 때도 비용이 많이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비슷한 창구 판매 상품인 우체국 연금보험의 경우 전체 수수료가 5~6%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연금상품에 대한 수수료 논란이 갈수록 커지자 보험업계는 패닉 상태다. 금융소비자연맹이 이달 초 ‘저조한 변액연금 수익률’을 발표한 뒤 고객 이탈도 가속화하고 있다. 진익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보험사들이 비용 부담 경감을 요구하는 소비자 목소리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경우 2020년 당기순이익이 2010년 대비 3분의 1 토막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대형 9개 생보사의 사업비 담당 실무자들은 이날 오후 서울 퇴계로 생보협회에서 긴급 모임을 갖고 대응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앞으로 사업비 경감 및 공시체계 개선 방안도 논의해 나갈 방침이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