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대형 보험회사 홈페이지를 통해 ‘다이렉트연금보험’ 상품에 가입한 정모씨(38)는 청약서를 받아본 뒤 매우 실망했다. 보험설계사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수수료(사업비)가 저렴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예상과 달라서다. 정씨는 “은행이나 증권사에서는 온라인 상품에 가입하면 금리를 더 주거나 수수료를 깎아주는데 보험상품은 왜 다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보험상품의 사업비를 둘러싼 논란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보험사들이 주력 상품으로 판매하는 장기 저축성보험(연금) 가입률이 뚝 떨어지고 있다. 금융소비자연맹이 이달 초 ‘저조한 변액연금 수익률’ 자료를 발표한 뒤 종전보다 30% 이상 감소했다는 게 보험업계의 설명이다.

○연금보험 수수료 최고 월 15%

연금보험 상품에 가입했을 때 내야 하는 수수료는 얼마나 될까. 수수료는 상품별로 차이가 있지만 크게 △계약체결 비용 △계약관리 비용 △위험보험료 등 세 가지다. 보험설계사 등 판매채널에 지급하는 수당이 체결 비용이고, 보험료를 관리·운용하는 데 따른 수수료가 관리 비용이다. 연금보험의 경우 대개 최저연금 적립액을 보장하는데, 이를 위해 따로 위험보험료를 책정하고 있다.

연금보험의 특징은 수수료를 먼저 지급한다는 점이다. 매달 납입하는 보험료에서 사업비를 먼저 뗀 후 나머지 금액을 적립·투자해 돌려주는 식이다. 가입한 뒤 10년 이내 해약하면 원금조차 돌려받기 어려운 게 이런 이유에서다.

수수료는 가입 후 7~10년 기준으로 매달 10~15% 선이다. 구체적으로 만 38세 여성이 W사에서 12년짜리 무배당 연금저축보험(월 10만원 납입)에 가입했다고 가정하자. 이때 10년간 계약 체결비 명목으로 매달 6.34%, 12년간 계약 관리비로 매달 6%를 납부해야 한다. 위험보험료 월 0.04~2.09%는 별도다. 10년 동안 매달 13%대의 수수료를 내다 11년째부터 2년간 7%씩 내는 구조다. 계약 관련 비용은 납입기간이 끝난 12년 이후부터 1%로 낮아지지만, 대신 위험보험료가 올라간다.

○다이렉트 상품도 수수료 높아

보험사들이 홈페이지에 연금 가입 의사를 남긴 고객을 대상으로 직접 판매하는 다이렉트연금보험 역시 수수료가 높은 것은 마찬가지다. “고비용 구조인 설계사 채널 때문에 초기 사업비가 높다”는 보험업계의 해명과 다른 부분이다.

정씨가 가입한 S사의 다이렉트연금보험(월 10만원씩 12년 납입) 계약 체결 비용은 7년 이내 매달 6.78%다. 7년 초과 10년 이내 체결 비용은 월 4.66%다. 별도로 계약 관리 비용을 납입기간 내내 월 6.75%씩 내야 한다. 위험보험료는 월 0.327~2.111%다. 7년 이내 수수료가 월 14%에 달하는 것이다. 때문에 현재의 공시이율(연 4.6%)이 계속 이어진다고 가정해도 7년 이내 해약하면 원금 손실이 발생한다. 나중에 연금을 수령할 때는 연금액의 0.8%를 수수료로 내야 한다.

보험사들이 별도 비용 부담이 크지 않은 다이렉트 상품의 수수료를 높게 유지하는 이유는 설계사 반발을 의식한 탓이라는 분석이다. 상품 판매를 설계사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다이렉트 상품의 경쟁력만 높이기 어렵다는 것이다. 금융계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다이렉트 상품을 판매하면서 챙기는 수익으로 과거 확정금리형 상품의 역마진을 메우고 있다”고 전했다.

○보험사들 “최종 수익률은 높다”

보험사들은 사업비 논란이 장기 저축성 상품인 연금보험의 특성을 무시한 결과라는 입장이다. 최소 20~30년 가입했다가 노후에 정기적으로 수령하는 형태인데, 초기 사업비만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생보협회 관계자는 “가입 후 통상 7년 이내의 사업비가 높을 뿐이지, 이 시기만 지나면 수수료 부담이 확 낮아진다”며 “은행 적금보다 훨씬 높은 이자를 연복리로 계산하는 데다 소득공제와 비과세 혜택까지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유용한 상품”이라고 말했다.

또 수수료 중 상당 부분을 서민들이 대부분인 보험설계사이 가져간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초기 사업비 중 절반가량이 설계사 몫”이라며 “보험사가 수수료를 다 챙기고 있는 것처럼 보여 안타깝다”고 전했다.

국내 보험설계사 수는 작년 말 기준으로 손보사 19만9000여명, 생보사 15만3000여명이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