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등 4대 그룹이 반도체 시장에서 인력 확보 전쟁을 벌이고 있다.

SK가 하이닉스를 인수하며 인력을 확충하고 있는 데 이어 현대차가 설립한 현대오트론도 경력직 스카우트에 나섰다. 일부 대기업은 인력 유출을 막기 위해 타사 채용홈페이지 접속을 차단하고 내부 단속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차그룹의 현대오트론은 지난 16일 경력 2년 이상을 가진 시스템반도체 설계 인력 등 경력직 채용을 시작했다. 다음달 10일까지 원서를 받는다. 이 회사 관계자는 “채용 예정 인원이 150명가량인데 대부분 연구·개발(R&D) 인력”이라며 “사흘 만에 300명 이상이 원서를 냈다”고 말했다. 차량용 반도체 개발업체인 현대오트론은 올해 안에 반도체 개발 인력을 현재의 두 배 수준인 400여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삼성전자도 지속적으로 인력을 뽑고 있다. 현재 반도체인프라연구소와 메모리사업부에서 각각 경력직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해외 핵심인력 선발에 집중한다. AMD 부사장이었던 패트릭 패틀라가 지난 2일자로 입사했으며 AMD에서 16년간 일해온 짐 머가드 수석 아키텍트(설계자) 겸 부사장과 반도체 설계를 맡아온 프랭크 헬름스, 브레드 버기스 등도 텍사스 오스틴 공장에서 근무 중이다. 오스틴 공장에만 시스템반도체 개발 인력이 5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LG전자도 스마트폰·스마트TV 분야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시스템반도체 설계 인력을 늘리고 있다.

작년 말 조직개편에서 시스템IC센터를 SIC(System Integrated Circuit)연구소로 격상시키며 300명 수준이던 연구인력을 500명 이상으로 확충했다. LG전자는 올초 시네마3D 스마트TV에 들어간 칩셋 ‘L9’을 상용화하기도 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모바일 기기 개발 경력자를 뽑았다. 모바일 관련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실무 경력자와 각종 모바일 칩셋 개발 경력자들이 대상이었다. 2015년까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을 포함한 시스템 반도체 매출을 1조원으로 늘려 종합반도체회사로 성장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4대 그룹이 동시에 인력 확충에 나서자 잡음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한 대기업은 인력 이동이 감지되자 타사 채용홈페이지 접속을 차단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중소 반도체 설계회사들도 인력 이동 때문에 고심하고 있다.

김현석/정인설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