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시작된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소송과 관련, 미국 법원이 양사 경영진에 ‘합의를 위한 협상’을 할 것을 명령했다. 업계에선 양사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나서는 만큼 합의에 도달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美 법원, “CEO 모두 나와라”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은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과 팀 쿡 애플 CEO가 법원에 직접 나와 협상하라고 17일(현지시간) 명령했다. 루시 고 담당 판사는 문서를 통해 “두 회사가 합의를 위한 협상에 나서기로 답해 이 같은 명령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번 협상은 삼성전자와 애플이 법원의 지시를 받아들여 소송외분쟁해결기구(ADR)를 통해 합의 협상을 하겠다고 요청하고, 재판부가 이를 수용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재판부는 협상기한을 90일 이내로 제한했다.

법원 중재하에 양사의 최고경영자와 최고법률책임자가 직접 법원에 출두해 협상에 나서게 된다. 최 부회장과 팀 쿡 CEO가 직접 만나 협상하기 때문에 합의 도달 가능성도 높다는 것이 업계의 전망이다.

◆1년간의 특허전쟁 마무리되나

애플은 삼성전자가 아이폰 아이패드의 디자인과 사용자환경 등을 침해했다는 입장이고, 삼성전자는 애플이 통신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4월15일 애플이 미국 새너제이에서 삼성전자에 대한 소송을 제기한 것을 시작으로 현재 9개국 13개 법원에서 재판이 진행 중이다.

협상이 시작되면 두 회사의 특허 전쟁이 ‘최종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오는 6월 미국 법원과 국제무역위원회(ITC) 소송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에 합의하는 것이 낫기 때문이다. 양측은 협상을 통해 상대방에게 지급할 적정 로열티를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두 회사는 소송이 시작되기 전에 로열티 문제를 두고 여러 차례 협상을 진행한 적이 있다.

◆“장기화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해”

미국 법원의 이번 결정에 대해 신종균 삼성전자 사장(무선사업부장)은 18일 기자들과 만나 “양사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법원이 합의를 독려하는 것일 뿐”이라며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는 “판사의 결정이니 양사가 따라야 하지만 아직까지 두 회사가 특별히 접촉한 일은 없고 어떤 절차로 진행할지도 정해진 바 없다”고 설명했다.

신 사장은 이어 “미국에서의 재판은 중요한 의미가 있는 만큼 (재판이) 진전되는 것을 봐서 (합의를) 해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식재산권 전문가인 플로리언 뮐러는 양사 대표들이 조지프 스퍼로 판사의 중재 아래 샌프란시스코 소재 법정에서 만날 예정이라고 전했다. 뮐러는 “이번 만남은 자발적인 것이라기보다 판사의 명령에 의한 것”이라며 “구글과 오라클도 지난해 가을 이와 유사한 법원의 명령을 받았지만 여전히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승우/강영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