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종구·유경선 동반 퇴진…벼랑 끝 하이마트 '회생 돌파구' 찾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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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정상화 되면 매각 속도낼 듯
▶마켓인사이트 4월17일 오후 6시15분 보도
하이마트의 거래 정지가 얼마나 오래갈지는 회사의 투명성 개선 의지에 달려 있다. 두 달 전 한화에 대해 이례적인 초급행 심사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한국거래소는 ‘이번 건은 훨씬 복잡하다’며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다.
하지만 이사회 역할 강화 등 경영투명 개선안을 제시했던 한화에 비해 하이마트는 경영권 분쟁의 양 당사자인 선종구 하이마트 회장과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이 이사회 의장직 사임의사를 밝히면서 회생(상장유지)의 돌파구가 마련됐다.
거래소는 하이마트 측 경영개선안을 받는 대로 거래 재개를 검토하기로 했다.
◆하이마트의 강수 통할까
하이마트는 지난 16일 경영진의 횡령 배임 혐의로 선 회장 등이 불구속 기소되면서 거래가 정지됐다. 회사 측이 경영진의 횡령 배임 규모가 총 2590억원에 달한다고 공시하면서다.
거래소는 대기업 임직원의 횡령 배임 금액이 자기자본의 2.5% 이상일 때 주권매매거래를 정지하고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인지 검토에 들어간다.
이번 거래 정지는 두 달 전 펼쳐졌던 한화의 상장폐지 위기와 비슷하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지난 2월 한화의 횡령 배임 혐의가 발생했을 때는 거래소가 주말 동안 상폐 실질심사 대상 여부를 신속하게 심의해 거래 정지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같은 이례적인 초고속 심사가 ‘대기업에 대한 특혜 아니냐’는 논란도 이어졌다.
하이마트는 횡령 배임 규모가 한화보다 크고 복잡하다는 점에서 거래소의 대응 자세 역시 변화가 감지됐다. 한화의 경우 횡령 배임 규모가 899억원으로 자기자본의 3.88%에 해당, 기업의 재무 건전성을 위협할 정도는 아니라는 판단이 전제됐다.
거래소 관계자는 “하이마트 건은 횡령 배임 혐의가 7건에 이르고 장기간에 걸쳐 있다”며 “기업의 투명성 개선 방안이 확실하게 제시되느냐가 상폐 심사 대상 여부를 가르는 데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신속 심사보다는 상장기업 대주주의 ‘모럴해저드’를 일벌백계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기도 했다. 경영권 분쟁을 두 대주주의 지분 매각으로 풀려 했던 하이마트도 이 같은 여론 및 거래소의 의지를 감지, 이사회 의장직을 사외이사에 넘기는 초강수를 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직을 맡는 것은 이사회의 경영진 감시 역할을 강화하는 것으로 KB금융지주에서 비슷한 사례를 찾아 볼 수 있다.
◆거래 정상화되면 매각 재개될 듯
하이마트가 상폐 위기에서 벗어날 경우 매각 작업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하이마트 대주주들은 검찰 수사가 하이마트의 본질적인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번 횡령·배임 금액 대부분 대주주들이 2005년과 2008년 자신의 소유 지분을 사고파는 과정에서 발생한 만큼 기업의 건전성에 직접적인 타격은 없다는 견해다.
따라서 주말 이전에 하이마트 거래가 재개된다면 이르면 이번 달부터 매각 작업이 재개될 전망이다. 하이마트 대주주들은 향후 1주일간 인수의향서(LOI)를 접수한 후 예비입찰 없이 곧바로 본입찰을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다음달 하순 본입찰이 끝나면 오는 6월 말까지 매각 작업을 끝낼 수 있게 된다.
김유미/유승호/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